엔타스, 고급 한정식집 '경복궁'에 불량소고기 납품?

박종권 기자

기사입력 2015-02-12 09:36


고급 한정식집 '경복궁', 일식 전문점 '삿뽀로'를 운영하고 있는 연매출 2000억원의 대형 외식업체 그룹 ㈜엔타스의 축산물가공·유통 자회사인 엔푸드가 유통기한이 지난 불량 소고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지난 10일 엔푸드가 미국산 냉장 소고기를 냉동시켜 유통기한이 지나도록 보관하고 있던 것을 적발하고, 엔푸드 직원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엔타스는 대기업의 외식업체를 제외하면 국내 최대다. 전국적 체인망을 갖춘 프랜차이즈업체로 이런 대형 업체의 자회사가 불량 소고기로 경찰에 적발됐다는 사실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 불량 소고기가 엔타스의 '경복궁', '삿뽀로' 등에 유통이 됐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엔타스 자회사 유통기한 넘긴 불량 소고기 적발

인천 연수경찰서는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외식업체 E사의 자회사 직원 이모씨(41)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10일 공식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E사의 축산물가공·유통을 하는 자회사가 유통기한이 지난 냉장 소고기 78상자 2268㎏(4000만원 상당)을 보관하고 있었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불량 소고기를 판매할 목적으로 냉동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냉장육은 냉동육보다 ㎏당 2000원가량 비싸다.

냉장 소고기는 유통기한이 90일 정도인데, 냉동 소고기는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유통기한이다. 또한 양념을 가미해 가공한 육류 제품은 유통기한이 1년 정도 연장된다. 그런데 문제의 불량 냉장 소고기는 유통기한이 지나자 냉동시켜 유통기한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고, 냉장육을 냉동육으로 전환할 때 지자체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신고도 하지 않았다.

바로 E사가 엔타스로 '경복궁', '경복궁 불고기', '삿뽀로', '송도 한옥마을', '고구려', '팬차이나' 등의 10여개의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다. 엔타스는 전국에서 1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으로 연매출이 2000억원을 넘어선다. 문제의 자회사 엔푸드는 처음부터 모회사 엔타스 매장들에 육류를 납품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로 엔타스의 수도권과 충남 천안 등의 지역 매장 26곳에 소갈비, 돼지고기, 갈비탕 등을 납품을 하고 있다. 연수경찰서는 엔푸드의 이씨 등이 불량 소고기를 엔타스가 직영하는 수도권 지역의 한정식집 등에 납품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로 보고 있다. 또한 적발 이전에도 같은 수법으로 소고기를 유통시켰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으로 냉동 보관하던 소고기를 냉동이나 해동된 상태로 한정식집 등 여러 군데에 납품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유통 경로에 대해 집중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장부 등 직접 증거가 없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유통기한이 조작된 쇠고기의 유해성 여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조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해당 지자체인 인천광역시 남동구청은 엔푸드에 운영정지 15일의 행정조취를 취했다.

한식당 '경복궁' 이미지 타격은 피할 수 없을 듯


인천에서 외식업체로 시작해 성공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인천 기반의 엔타스는 소위 잘나가는 외식업체다. 엔타스의 대표 외식 브랜드인 고급 한정식 식당 '경복궁'은 예비 신혼부부의 부모님 상견례 식당으로 자리를 잡았다. 또 아기의 백일잔치, 돌잔치 식당으로 주부들 사이에서 1순위로 입에 오르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게 '경복궁'은 그동안 고풍스런 분위기에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식사하기 좋은 식당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이번 불량 소고기 사건으로 벌써부터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경복궁에서 가족행사를 치렀거나, 계획 했던 주부들의 배신감은 상당히 크다.

주부 윤모씨는 "온라인에서 다른 엄마들의 추천을 받아 '경복궁'에서 가족끼리 백일잔치를 했었는데, 왠지 뒤통수를 맞은 거 같다"며 "꺼림칙해서 다시는 '경복궁'에서 가족 식사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아직 엔푸드의 불량 소고기가 '경복궁' 등에 납품이 됐는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의 의심을 사고 있고 구설수에 오른 것만으로도 이미 주부들의 마음은 돌아서고 있는 중이다.

이에 대해 엔타스 측은 "냉장육을 선박으로 수입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 등을 대비해 냉동육을 일부 보관하고 있지만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냉장육을 냉동하지는 않는다"며 "관리 소홀로 냉장육 일부가 냉동실에 보관돼 있었지만 실제로 판매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경찰 조사에서 충분히 소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엔타스는 외식사업을 넘어 엔타스 듀티프리란 자회사를 통해 면세점 사업에 진출했다. 엔타스 듀티프리는 지난 2013년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에서 인천항만점을 운영 중이고, 3월에 4297㎡(약 1300평) 규모의 인천 첫 시내 면세점을 구월동에 개장할 예정이다. 사세를 확장하며 엔타스그룹으로 성장 중이다. 그러나 이번 불량 소고기 파문으로 엔타스 이미지에 큰 흠집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엔타스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에 위치한 고급 식당가인 '송도 한옥마을'이 특혜 의혹을 받고 특별감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인천시의원들이 돌아가며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소위 '한창 잘 나가고 있는' 엔타스, 그러나 속은 이래저래 시끄러운 상황이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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