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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완제의 재계 인사이트] 정몽준 전 의원, 현대중공업 복귀설 나오는 까닭

조완제 기자

기사입력 2015-02-05 09:20


최근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이자 실질적인 오너인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의 현대중공업 복귀설이 흘러나오면서 사실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정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의 사우디아라비아 플랜트 건설 현장을 전격 방문하면서 불거진 이 소문은 회사 측의 적극적인 부인에도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3조원이 훨씬 넘는 영업 적자를 기록한 데다 정 전 의원의 최측근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불타오르는 노사 분쟁을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는 등 사상 최악의 사태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 정서상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인 것. 여기에다 정치권에서 맴돌고 있는 정 전 의원이 최근 새누리당에서 특별한 '역할'이 없는 점도 한몫을 하고 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6남인 정 전 의원은 옛 현대그룹 계열사 현대중공업을 물려받아 지난 1982년 현대중공업 사장, 1987년 현대중공업 회장을 역임한 뒤 1991년 현대중공업 고문으로 물러났다. 이후 정치권에 투신했고, 대한축구협회장을 맡아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에 힘을 쏟으면서 그 즈음 고문직마저 내놓았다. 다만, 정 전 의원이 회사로 출근은 안 했지만 핵심측근인 전문경영인을 통해 '원격 경영'을 해왔다는 것이 현대중공업 안팎의 평가다.

정몽준 전 의원, 적자 진원지인 사우디 플랜트 건설 현장 전격 방문

정몽준 전 의원이 원격 경영을 하는 동안 현대중공업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주가는 2만원대에서 50만원대까지 수직상승했다. 2011년 영업이익이 4조561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부터 조선산업이 침체되면서 실적이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3조원 중반대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주가도 최고점의 5분의 1에 불과한 10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한때 40%라는 놀라운 ROE(자기자본이익률)가 지난 2013년 1.6%로 떨어지고, 지난해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익창출률 지표인 ROE는 애플이 30%대, 삼성전자가 20%대인 것을 감안하면 현대중공업이 전성기에 얼마나 높은 ROE를 보여줬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이익창출률이 크게 낮아지자 현대중공업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최근 사무직 과장급 이상 직원 1500명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한편 대규모 적자를 낸 플랜트사업본부를 해양사업본부에 통합한 것. 플랜트사업본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사우스 화력발전소 등에서 큰 손실을 보며 지난해 3분기에만 무려 7791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제다사우스 화력발전소는 현대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공사로부터 2012년 10월 32억달러(약 3조5000억원)에 수주해 2017년 인도하는 프로젝트다. 이 와중에 정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중순 제다사우스 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전격 방문한 것. 정 전 의원은 현대중공업 작업복 상하의를 갖춰 입고 방문해 1시간가량 직원들로부터 현황 브리핑을 받은 뒤 공사 진행상황과 지난해 2~3분기 발생한 대규모 적자와 관련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원이 대규모 적자의 진원지인 제다사우스 화력발전소 현장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와 정치권에서 현대중공업 복귀설이 바로 터져 나왔다. 재벌기업의 한 임원은 "부실의 진원지인 플랜트 현장을 찾은 것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벌 총수의 행보처럼 보인다는 것. 새누리당 관계자도 "정 전 의원이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 떨어지고 난 뒤 요즘 정치권에서 특별한 역할이 없자 현대중공업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정 전 의원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라며 "중동에 축구 일로 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우디에 간 것도 축구 때문에 갔다가 건설 현장에 들린 것이고, 현황 브리핑 정도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정 전 의원은 고문직에서 물러난 지난 2002년부터 무려 10년 넘게 서울 계동 사옥에 안 온다"면서 "복귀가 말처럼 쉽지도 않거니와 복귀하려고 마음먹었으면 (최측근인) 권오갑 사장을 왜 보냈겠냐"며 복귀설을 일축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솔직히 대주주인데 전혀 관여를 안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사우디 현장을 방문한 것은 그런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측근 권오갑 사장 보냈어도 노사 분쟁 해결 '감감 무소식'


그럼에도 정몽준 전 의원의 복귀설이 증폭되고 있는 것은 정 전 의원의 최측근인 권오갑 사장을 해결사로 보냈지만 권 사장이 노사 협상 등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취임초인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 울산 공장 앞에서 출근하는 근로자들의 손을 맞잡으며 "같이 잘 해보자"는 전문경영인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게다가 권 사장은 비슷한 시기에 투입된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과 사업부문 통합을 놓고 헤게모니 싸움을 벌인다는 소문이 흘러나올 정도로 대립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노조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노조는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은 허수아비일 뿐, 정몽준 전 의원을 압박해 조속히 임금 및 단체협상이 마무리 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노조 측은 "위기의 실상이 구시대적인 노무정책과 비정규직 고용구조, 문어발식 그룹 경영구조에 있으며 이 모든 책임과 해결은 정몽준 전 의원이 갖고 있다"며 화살을 정 전 의원에게 돌리고 있다.

때문에 재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전 의원의 오너십이 아니면 '현대중공업 사태'가 제대로 해결되기 어렵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앞으로 정 전 의원이 할 만한 역할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몽준 전 의원은) 2017년 대선까지는 당내에서 의미 있는 역할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 전 의원은 최근 당에서 차기 대선주자로서 전혀 언급이 안 되고 있다"며 "2017년 대선 때 서울이나 울산에서 대선 후보에 힘을 실어주는 서브 역할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이 정치권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재벌 오너십에 정통한 전직 증권사 대표도 "(정몽준 전 의원이) 정치권에서 이것저것 다 시도해봤지만 대권 주자로서의 이미지를 뚜렷하게 심어주지는 못한 것 같다"면서 "(정몽준 전 의원이) 지금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현대중공업으로 복귀해 오너십을 발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는 현대중공업으로의 복귀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정 전 의원은 그동안 원격 경영을 통해서도 현대중공업을 잘 이끌어왔다. 지난해말 정기인사에서 장남인 기선씨를 부장에서 두 계단이나 뛴 상무로 승진시키면서 후계 승계도 착착 진행시켜가고 있다. 굳이 모험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어쨌든 정 전 의원이 전격 복귀해 '오너 경영'을 부활시켜 비상사태에 빠진 현대중공업 구하기에 나설지, 아니면 정치권에서 큰 뜻을 더 펼치려고 할지 올 한 해 가장 주목 받을 이슈가 될 듯싶다. 경제에디터 jwj@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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