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가계대출을 통해 번 이익을 기업금융 부문에서 다 까먹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추정 결과,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7944억원에 불과해 8000억원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1조60000억원 가량인 3분기와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3분기 4500억원 가량이었던 KB금융의 순이익은 4분기에 2500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신한금융의 순이익도 6300억원에서 3600억원으로 급감할 것으로 추정됐다.
4분기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기업금융 부문의 부실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사태로 인해 은행권이 떼이게 될 돈은 1000억원을 넘는다. 또 분식회계를 저지른 대한전선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채권단이 출자전환으로 가지고 있던 총 7000억원 어치의 대한전선 주식가치도 폭락했다. 대출 보증을 섰던 무역보험공사가 지급을 거절하면서 모뉴엘에 빌려준 돈 3000여억원도 받을 수 없게 됐다. 여기에 2008년 말 금융위기 후 자본 확충을 위해 은행 자사주와 대규모로 맞교환한 포스코 주식도 지난해 4분기에 20% 가까이 폭락했다. 은행마다 수천억원 어치의 포스코 주식을 가지고 있는데 주가가 폭락한 만큼 손실이 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서민들에게 은행의 문턱은 아직 높지만 기업들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을 해주고 있다"며 "특히 모뉴엘, 대한전선 등의 분식회계를 간파하지 못하고 대규모 대출을 해준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