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편의점 '위드미'가 당초 목표에 훨씬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정 부회장이 '로열티, 중도해지 위약금, 24시간 영업'을 없애겠다는 '3무(無) 원칙'을 내세워 업계 재편을 노렸지만, 기존 편의점 가맹점주를 움직이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세계가 지난 1월 위드미를 운영하는 위드미에프에스를 인수했을 당시 가맹점 수는 89개였다. 신세계에 인수된 이후 지난 6월 첫 매장을 열었고, 이달에 바로 100호점을 돌파했다. 그러나 사업설명회에 수천명이 몰려들던 초기 열풍이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지난 4일 기준 위드미의 매장 수는 301개이고, 가맹상담을 진행 중인 곳이 200개 정도다. 따라서 이 추세라면 연내 1000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위드미가 연말까지 500~600개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신세계도 내부적으로는 이 정도로 목표를 내려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가맹점주에게 어필할 매력 없거나 시장조사 단계부터 잘못된 것"
따라서 당초 신세계가 목표로 했던 기존 편의점 가맹점주의 이동도 경쟁 브랜드에서 긴장할 만큼 많지 않다. 초기 CU, GS25, 세븐일레븐 점주들 가운데 위드미로 갈아탄 곳은 초기 단 한 곳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 측은 "지금은 많이 늘어났다. 20~30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가까스로 300개를 넘긴 가맹점수와 관련, 신세계 관계자는 "무분별하게 확장만 한다면 1000개 출점은 어렵지 않다"면서도 "점주가 원해도 수익성 보장이 안 되면 출점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점주들이 이득을 제대로 보는 매장 만들기가 우리의 목표지, 단순히 점포수 경쟁을 하려는 게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신세계 측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 "사업 시작 당시와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데, 목표 가맹점수를 하향 조정해야하는 것은 위드미가 기존 가맹점주에게 크게 어필할 매력 포인트가 없다든지, 아니면 애초에 시장조사 단계부터 잘못된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4000만원 창업지원금 이벤트까지 한 것은 초조한 심리?
신세계백화점은 84주년 개점 기념으로 10월 24일부터 지난 2일까지 10일간 편의점 위드미 창업지원금 4000만원 응모이벤트를 진행했다. 당첨자는 총 10명이고, 신세계 포인트카드 소지고객을 이벤트 대상으로 했다. 일정액 구매조건도 없앴고, 이벤트 참여를 위해서는 신세계백화점 고객으로 등록하기만 하면 됐다. 지원금은 총 4000만원에서 제세공과금 22%(880만원)를 빼고 나면, 실제 당첨자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3120만원. 지원항목은 위드미 가맹비, 상품준비금, 소모품비, 집기보증금, 1년간 월 회비 등이다.
업계에선 이번 이벤트가 편의점 사업에서 예상외로 더딘 행보를 보이자 고심 끝에 만든 행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외적으로는'자영업자 기 살리기'란 명분을 내세웠으나, 이번 행사를 통해 위드미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신세계백화점 고객도 확보할 수 있는 1석2조를 노렸다는 평가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위드미 점포 확장을 위해 전사 차원의 사내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임직원이 부지나 매장을 확보한 사업주(기존 편의점 운영자 포함)를 소개하면 100만원을, 새 사업주를 소개하면 50만원을 인센티브로 지급한다.
점포 확장과 관련, 신세계 커뮤니케이션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점포수에 대해 사내에선 상당히 만족한다. 연말과 가까워질수록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계약을 하고 오픈을 준비 중이거나 계약을 진행 중인 건이 있어 이달 말까지 일단 400여개 점포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 말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