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심장을 지닌 사나이.' 영국의 언론들이 유럽무대에 진출했던 박지성 선수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에 대해 놀라워하며 썼던 표현이다. 운동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일수록 심장의 능력이 탁월한 경우가 많은 데, 이는 경마경기에서 선수역할로 볼 수 있는 경주마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경주용 말로 활용되고 있는 '더러브렛'(Thoroughbred)은 그 어원에서 알 수 있듯 '철저하게'(Thorough)와 '개량된'(Bred)의 마필이다. 즉
흔히 경주마의 심장을 자동차 엔진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형자동차의 엔진과 비슷한 심장크기를 지닌 경주마가 훈련을 통해 중형자동차 엔진 정도의 성능을 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자동차와는 달리 한동안 운행(?)을 하지 않는다면 중형자동차의 엔진이 다시 소형자동차 엔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참고로 역사상 가장 큰 심장을 지녔던 마필로는 미국의 전설적인 명마 시크릿테리엇(Secretariat)으로, 심장의 무게가 무려 22파운드(약 10kg)로 확인되었다. 이는 평범한 경주마의 두 배정도에 달하는 엄청난 무게이다.
경주마의 경우 안정 상태에서 1분간 심장박동 수는 약 30~40회 정도이며, 심장이 한번 박동할 때마다 약 1리터 정도의 혈액을 박출해낸다.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분당 심박동수가 약 100회 정도이고, 회당 박출량은 60~70㎖ 정도이니 인간보다 적은 박동 수로도 15배정도나 많은 혈액을 뿜어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주마, 정확히 말해 '더러브렛'(Thoroughbred)종 마필들은 순간적인 스피드를 내는데 주효하도록 개량된 까닭에 오래 달리는 능력은 떨어진다. 산소공급이 필수적이고 순간적으로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적색근이 매우 잘 발달한 반면, 산소의 공급 없이도 스스로 에너지원이 되는 '백색근'은 상대적으로 덜 발달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백색근은 우리나라 토종마필인 '조랑말'에 많이 분포되어있다. 이는 '승마지구력경기'에서 더러브렛을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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