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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풀어보는 경주마 이야기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4-07-06 00:30 | 최종수정 2014-07-06 00:29


더러브렛 경주마는 살아있는 진화의 산물이자 결정체이다. 수천 년 동안 스스로 진화해 환경에 잘 적응했으며, 맹수들을 피해 달아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말을 인간이 다시 한 번 더욱 빠르게 달리도록 최적의 조건으로 탄생시킨 게 더러브렛 경주마이다. 불필요한 부분은 제거하고, 최소한의 근육으로 최고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된 다리, 적당한 체구와 몸무게, 눈과 머리의 적당한 거리, 독특한 순환 기관 발달 등 말의 과학성을 엿볼 수 있다. 몇 가지 사실을 알고 말의 근육과 골격을 유심히 살펴보면 경마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

말이 서서 잘 수 있는 과학적 이유

말이 오래 선 자세로 버틸 수 있는 것은 다리 구조상 가능한 것이다. 말 뒷다리의 관절, 힘줄과 인대는 서 있든 움직이든 에너지를 보존하기에 가장 적합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러한 다리의 구조는 말이 정지해 있을 때 다리가 근육에 의지하지 않고도 무게를 지탱할 수 있게 한다. 사람은 근육의 수축, 이완과 함께 인대의 기능이 합쳐져야만 운동작용이 가능하다. 부동자세로 서있을 때도 근육과 인대의 역할비중이 달라질 뿐 근육과 인대의 역할은 필수적 요인이다. 하지만 말은 근육의 힘을 빌지 않고도 인대만으로 서있는 것이 가능하다. 특수한 구조로 된 다리의 인대는 다리의 관절을 고정시켜 인대만으로 체중을 지탱하여 서있는 동안 근육의 역할이 없기 때문에 에너지소비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발달하게 된 이유는 야생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맹수의 급습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으로, 앉거나 누워있을 때보다 서 있다가 피하는 경우가 생존확률이 크게 높기 때문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서서도 잘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는 경주마들이지만 유독 경주마들 중 누워서 자거나, 편안히 앉은 자세로 자는 말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데 첫째는 야생에서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인 맹수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야생의 습성을 점점 잃어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새벽부터 저녁까지 지극정성으로 자신을 보살피는 마필관리사들을 보면서 스스로 안전한 지역임을 알았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또 다른 이유는 제아무리 서서 잘 수 있도록 발달된 다리구조라도 눕거나 앉았을 때보다는 덜 편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야생에서는 말 스스로가 운동량을 조절할 수 있지만 운동선수격인 경주마는 타이트한 훈련스케줄로 항상 피곤한 상태이기에 선채로 자기보다 더욱 피로회복이 빠른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달리기에 적합한 다리

말의 최고 속도는 시속 65km로 치타나 영양보다 느리지만, 지구력이 좋아 장거리를 잘 달릴 수 있다. 이처럼 말이 잘 달릴 수 있는 것은 완충력과 추진력을 겸비한 다리가 있기 때문이다. 말이 질주할 때에는 엄청난 충격이 발굽으로 전달되나, 이를 잘 견디도록 다리가 발달해져 왔다. 또한 보폭이 길수록 더욱 빠른 스피드를 낼 수 있기에 보폭을 더 길게 하는 '길고 가는 다리'로 자라도록 발달한다. 그러기 위해 중요한 부분들은 훨씬 더 가벼워야할 필요성 때문에 다리의 뼈는 가볍고 근육은 무겁게 되었다. 그래서 경주마의 경우에는 달리는데 있어 불필요한 근육이 많이 제거되었다. 또한 말의 엉덩이 관절은 어떤 평면에서든 자유롭게 회전할 수 있는 구상관절이 아니라, 넓적다리뼈를 전후로만 움직이게 하는 비스듬한 실린더 형이다. 토끼처럼 앞다리보다 뒷다리가 길기 때문에 오르막은 잘 오르지만 내리막길은 매우 취약하다. 경마경기가 평지에서 주로 이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의 굽


말에게 있어 생명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발굽이다. 발굽의 주성분은 젤라틴으로 달릴 때 지면으로부터의 직접적인 충격을 완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 말이 전속력으로 달리게 되면 발굽에 작용하는 충격은 말체중의 약 8배(500kg 일 경우 4톤)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견뎌 낼 수 있는 것은 다리와 발굽의 구조가 교묘해서 그 충격을 완화시키기 때문이다. 발굽은 열에 강하며 한 달에 약 9mm 정도 자라는데 경주마는 보통 20일을 주기로 새로 자라난 굽을 깎아 내고 새 신발(편자)을 갈아 신겨야 한다. 자연에서의 말은 스스로 필요한 만큼 운동을 하기 때문에 발굽이 심하게 손상되지 않으나 경주마는 운동량이 많기 때문에 발굽을 보호하기 위한 편자의 착용은 필수적이다. 사람의 발 사이즈가 제각각이듯 경주마들도 굽의 사이즈가 다 달라 고도로 숙달된 전문 장제사가 편자교체작업을 전담한다.

'눈과 눈', '입과 눈' 사이가 멀고 시야는 약 350도

말은 사방을 잘 살필 수 있도록 눈과 눈의 사이가 매우 멀다. 이것은 영양이나 사슴 등 다른 초식 동물과 비슷한 사정이기도 하다. 야생에서 포식자의 출현을 조기에 알아차리는 것 자체가 생존의 수단이었기 때문에 앞, 옆은 물론 뒤까지도 관찰할 수 있도록 눈과 눈 사이가 멀게 발달했으며 그 시야는 무려 350도 이상이다. 이밖에도 눈과 입과의 거리가 먼 이유는 땅 아래 낮은 위치에 있는 풀을 먹으면서도 눈은 적이나 포식자의의 출현을 알아 볼 수 있도록 발달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말은 먹을 수 있는 먹이와 그렇지 않은 것들의 구분을 눈이 아닌 입술로 하게 된다. 말의 가장 예민한 부분이 입술인 이유도 먹을 것을 구별해낼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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