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예년보다 늦장마가 될 전망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6월말 제주를 시작으로, 내륙 지방은 이보다 다소 늦게 장마가 찾아온다고 한다. 하지만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이어지고 있어 고온다습한 날씨는 현재 진행 중이다. 본격적인 장마까지 더해지면 집 안에는 습기가 차고 눅눅해지게 된다. 무더위와 습도로 인해 땀 많이 흘리는 아이, 땀띠나 아토피피부염 등이 있는 아이, 비위가 약해 배앓이가 잦은 아이는 고생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이 건강을 위해 지금부터 무더위와 습도에 대비하자.
쾌적한 실내 환경, 냉방보다 제습에 더 신경 써야
강문여 목동 아이누리한의원 원장은 "피부가 눅눅해진 상태에서 에어컨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실내외 온도차가 10℃ 가까이 벌어지게 되고 체온조절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땀을 식히다 한기에 노출될 수 있다. 결국 여름 감기나 냉방병, 배앓이를 부르게 되고, 지속적인 찬 기운이 아이의 코로 유입되면서 점막을 자극해 비염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내 습도는 에어컨보다 제습기를 활용해 맞추고, 실내외 온도차를 5℃로 유지한다. 에어컨은 1시간 켜둔 다음, 켜둔 시간 이상으로 꺼둔다. 햇볕이 좋은 날 자주 환기하고, 가구는 통풍을 위해 벽으로부터 약간 간격을 두고 그 사이 습기 제거제를 둔다. 욕실, 신발장, 베란다 등 습기가 잘 차고 냄새가 나는 곳 등은 숯을 두거나 곰팡이 제거제, 베이킹소다 등으로 자주 청소한다.
끈끈한 피부, 땀띠와 아토피 증상 도질 수 있어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아이 피부 건강에 같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무더위에 습도가 겹치면 끈끈한 땀이 아이 피부에 남아 가려움증과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기저귀를 차는 어린 아기들의 경우 통풍이 잘 안 되고 기저귀 자체도 눅눅하기 때문에 기저귀발진이 생긴다. 강문여 원장은 "장마철에는 우리 몸에 속열과 습한 기운(습열)이 많이 쌓일 수 있다. 평소 호흡기질환이 잦은 아이들 중에는 과도한 습열로 인해 여름마다 아토피로 고생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경우 속열과 습한 기운을 가라앉히는 여름 보약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아토피피부염, 땀띠, 기저귀발진 등 피부 질환을 예방하려면 피부를 청결하게 유지한다. 때를 밀거나 하는 등의 심한 자극은 삼가고 따뜻한 물로 땀을 씻는 정도의 가벼운 샤워가 좋다. 샤워 횟수가 늘어나더라도 세정제 사용은 가급적 자제한다. 세정제를 사용하지 않거나 약산성 제품을 이용한다. 옷은 통풍이 잘 되고, 땀 흡수가 잘 되는 헐렁한 면 옷을 입힌다. 민소매보다는 반소매, 배를 충분히 덮을 수 있는 길이의 옷이 좋다. 천기저귀를 사용했더라도 장마철에는 종이기저귀를 쓰는 것이 효과적이다.
비위 냉해진 아이, 비위생적인 주방환경이 보태지면
습도가 높아지면 집 안 곳곳에 곰팡이나 세균이 번식하기 쉬워진다. 그중 음식물과 음식물 찌꺼기가 오고가는 주방은 단연 세균이나 박테리아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만약 음식물이나 식기를 통해 아이 몸으로 세균이 유입된다면 식중독이나 장염을 앓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장마철에는 주방 위생을 더 세심히 살핀다. 도마, 행주, 조리도구 등 균이 서식하기 쉬운 도구나 아이 식기는 항균 세정제로 씻거나 열탕 소독(삶기)을 하도록 하고, 배수구의 음식물 찌꺼기도 수시로 치운다. 씽크대 등은 전용 세정제로 자주 닦는다. 음식 보관 시 너무 냉장고를 믿지 않도록 하고, 재료는 소량씩 구입해 조리해 먹는다. 물이나 찌개 등은 반드시 끓여 먹는다.
강문여 목동 아이누리한의원 원장은 "여름철 높은 기온에 비해 우리 속, 비위가 상대적으로 차가워져서 쉽게 허약해질 수 있다. 자칫 차가운 것을 많이 먹거나 상한 것을 먹거나 그 밖의 자극적인 것을 먹게 되면 배탈 설사, 식중독, 장염 등 배앓이를 하기 쉽다. 아이의 속을 따뜻하게 보하는 것도 중요하고 주방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여름마다 입맛을 잃고 배앓이도 잦은 아이라면 서둘러 여름 보약으로 비위의 기운을 북돋워주어야 한다. 소화기가 허약해져 음식물 섭취나 영양 흡수에 문제가 생기면 전반적인 기력이 떨어져 여름철 무더위를 이겨낼 수 없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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