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뒤숭숭하다. 그룹 회장의 부재가 이어지고 재판부의 최근 판단이 불안감을 키웠다.
CJ그룹은 지난해 28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초 목표치는 30조원이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1조1000억원으로 목표치(1조6000억원 )의 약 70%에 불과했다. 이 같은 부진은 전반적인 시장경제 위축을 감안하더라도 이 회장의 구속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신장이식 수술 뒤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는 이 회장의 의중이 간접적으로라도 그룹경영에 투영될 여지가 있었으나 구치소 수감 뒤에는 이마저도 기대하기 힘들다. CJ그룹은 지난해 이 회장이 구속된 뒤 신규 투자에 소극적이다. 이 때문에 6400억원 가량의 신규 투자가 발이 묶였다. 이는 당초 투자계획의 20%에 달한다.
타격은 국내보다 해외가 크다. CJ제일제당은 베트남과 중국 업체를 물색하며 대규모 인수합병을 시도했지만 최종 인수단계에서 진행을 멈췄다. CJ프레시웨이와 CJ대한통운, CJ오쇼핑 등도 덩치를 불려 규모의 경제를 겨냥했으나 최종 단계에서 책임을 질 오너의 의사결정이 없어 주춤하고 있다. 투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템과 미래성장성이 결합된 비전, 또 하나는 시기다. CJ그룹 내부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이어져온 성장세가 한 단계 도약해야될 시점에서 둔화되는 것이 아닌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연장 중단을 놓고 두 의견이 맞서고 있다. 최근 경제민주화 바람과 '반 재벌' 정서 때문에 실제 집중치료가 필요한 이 회장이 다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신장이식 수술 뒤 면역억제제 치료를 받고 있고 구치소 시설을 감안하면 2차 감염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CJ측이 지난달 법원의 판단 뒤 "존중하지만 이해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한 이유다.
또 다른 시각은 법원이 이미 밝혔듯이 사법부가 전문 심리위원과 서울구치소의 의견을 듣고 이 회장의 건강 상태와 향후 치료 어려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구치소에도 신장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이 있고, 필요하다면 통원치료와 처치 등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구속집행정지가 또다른 특혜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법원의 판단은 이 회장의 건강상태와 구속가능 여부만 고려됐다. 향후 향소심은 별개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박재호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