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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회장은 '고객만족' 외치는데, 교보생명 현장에선 보험금 늑장 지급하다 '망신'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14-03-23 15:19


교보생명이 제대로 체면을 구겼다. 자산규모(2013년 9월 기준) 72조 원를 자랑하는 업계 3위로서의 자긍심에 어울리지 않는 '꼼수'를 부리다가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것.

금융감독원은 최근 교보생명에 대해 부문 검사를 시행한 결과, 고객에게 내줘야할 보험금 지급기일을 어기면서 그 이유나 예정일에 대한 구체적인 통보를 하지 않은 사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이중엔 지급 기일을 175일까지 초과한 사례까지 있었다.

현 생명보험 표준약관에 따르면 보험사가 지급 기일 내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 구체적인 사유와 지급 예정일, 보험금 가지급 제도에 대해 고객에게 즉시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교보생명은 지연 이유 등을 통보하지 않은 채 2012년 한 해 동안 1만6975건에 대해 보험금 지급 기일을 넘겼다. 최소 4일부터 최대 175일까지 늑장 지급을 했으며, 심지어 이 중 1만6666건은 보험금 지급 사유를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3영업일(영업일=휴무일을 제외한 해당기업의 실제 영업일)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했다.

또한 교보생명은 2012년 한 해 동안 121건의 보험계약에 대해 고객에 납입 연체에 대한 독촉 통지를 하지 않은 사실도 이번에 적발됐다.

업계 빅3로서 자존심을 제대로 구긴 셈인데, 더욱이 이같은 교보생명의 '꼼수' 행보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평소 강조해온 고객만족 경영철학과 상당히 거리를 보인다.

성공한 2세 경영인으로 잘 알려진 신 회장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의사 출신. 20여년간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1996년부터 회사 경영에 참여했으며, 2000년 부친인 고 신용호 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직에 올랐다.

그 뒤 생명보헙업게 3위의 교보생명을 진두지휘하면서 내실을 기해온 신창재 회장은 평소 고객 소통과 만족 극대화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워왔다. 지난달 충북 천안에서 열린 한국소비자학회 학술대회에서도 "금융회사는 고객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며 "금융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자산을 많이 보유한 만큼 경영을 잘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크고 남다른 윤리의식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특별강사로 나선 신회장은 강연 내내 "진정으로 성공하는 길은 고객과 상생하는 것이며, 고객중심 경영을 통해 꾸준히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소비자보호라면 혜택을 극대화하는 것은 고객 만족"이라는 등 고객만족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이같은 신 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라 교보생명은 '축적'된 고객서비스 노하우를 다른 단체와 나눠주는 '다윈' 서비스를 2005년 시작하는 등 다양한 관련 프로그램과 활동을 펼쳐왔다. 그리고 최근엔 이 고객만족 교육 프로그램인 '다윈 서비스' 이수자가 70만명이 넘는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고객들이 가장 중요하게 느끼는 보험급 지급 등에 있어 이같은 꼼수를 부린 일은 상당히 이율배반적인 행보라는 지적. 더욱이 신뢰를 근간으로 삼아야할 생명보험사로서 이같은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내외적 시스템 점검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최근 발표된 바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2013년 4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약 393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주당 배당금액은 2800원으로, 신 회장은 이번에 20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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