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에버랜드, 레이크사이드 인수. 거침없는 이부진 행보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4-03-17 16:42


지난 주말 국내 골프계를 뒤흔든 빅뉴스는 삼성물산과 삼성에버랜드의 레이크사이드CC 인수였다. 레이크사이드CC는 귀족 골프장은 아니지만 지난 20여년간 '국내에서 가장 장사가 잘 되는 수도권 골프장'으로 인식돼 왔다.

삼성물산과 에버랜드는 레이크사이드 운영사인 서울레이크사이드의 지분 100%를 35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매각주관사는 우리투자증권이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인수총액은 6500억원 정도로 커진다. 2000억원 정도의 골프장 부채(은행 대출금)와 회원권 입회반환금(신탁채권 약 910억원)은 인수금액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계약의 중심에 이부진 삼성 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 겸 삼성물산 상사 부문 고문(44)이 있다. 이부진 사장은 호텔 신라 대표이사 사장이기도 하다. 에버랜드는 리조트와 놀이동산, 관광 뿐만 아니라 삼성이 소유하고 있는 여러 골프장의 시설과 코스 관리 등을 총괄하는 회사다. 삼성물산은 두바이 테마파크 등 수조원대의 큰 사업이 가능한 삼성그룹 내 건설 부문 주요 회사다. 삼성그룹은 이밖에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총 4개 회사가 건설부문을 터치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예전에 100만원 하던 고급백 가격이 35만원으로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늘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골프장인데 적당한 가격에 매물이 나왔다. 마음이 움직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이번 계약이 지극히 당연한 '사업 마인드'에서 출발했다고 강조했다.

레이크사이드CC는 몇년 전만해도 자산가치가 1조원이 넘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골프장 사업이 불경기에 접어들고 투자가치가 떨어지면서 평가액은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그 이면엔 재일동포인 고 윤익성 창업주 별세 이후 형제간의 복잡한 지분 싸움과 분쟁, 소송 등도 이유가 있다.

이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이 경영자로서 이번 계약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은 맞지만 현 단계에서 다른 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너무 빠른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와 골프계에선 이부진 사장의 최근 몇 년간의 큰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카리스마와 최고주의, 완벽주의를 통해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거침없는 이부진, 최고 향한 의욕

레이크사이드CC는 경제성이 탁월하다. 다른 골프장에는 없는 확실한 메리트가 있다. 튼튼한 재무구조는 국내 최상위급이다. 총 400만㎡가 넘는 부지에 54홀을 운영하고 있고 서코스 18홀은 회원제, 36홀은 대중제다. 매년 흑자다. 연매출은 약 500억원, 흑자 폭은 140억원 내외다. 사업부지내에 유휴부지가 27만㎡(약 8만평)나 된다. 향후 골프장 사업 외 고급빌라 신축 등 다른 목적 사업도 가능하다. 사업을 확장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벌목 등 기초작업은 해뒀다.


골프장내 원형보전지 비율 규정(20%)을 지켜도 개발여력이 큰 땅이다. 더욱이 유휴부지 대부분은 산중턱에 위치한 조망권이 확보된 곳이다.

삼성측은 "레이크사이드CC와 삼성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글렌로스 골프장, 에버랜드를 잇는 리조트-골프 벨트 조성과 아울렛 입점, 대규모 관광단지, 각종 개발설 등은 앞서 나가도 너무 앞서 나간 얘기다. 이제 인수 계약을 했을 뿐이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하지만 레이크사이드CC와 에버랜드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할미당산을 가운데 두고 있다. 직선거리는 2㎞ 정도로 인접해 있다. 레이크사이드CC 부지에 에버랜드 테마파크가 확장 조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장밋빛 전망은 이부진 사장이 추진해온 사업의 전례를 볼때 오히려 가능성이 있다.

이부진 사장은 고부가가치 관광서비스업에 관심이 많다. 신라호텔 리모델링과 안양베네스트골프장 리뉴얼은 이부진 사장이 진두지휘했다. 두 곳 모두 아예 문을 닫고 전면 리모델링을 했다. 완벽하고, 흠잡을 데 없는 성과가 강조됐다. '고급화', '명품' 이미지는 지금까지의 삼성의 '성장 스토리' 다음 얘기인 셈이다.

특히 안양베네스트골프장은 리뉴얼 이후 '안양CC(컨트리클럽)'로 개명했다. 전통성과 정통성을 강조했다. 안양CC는 선대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굉장히 아낀 곳이다. 나무 하나를 심을 때도 심혈을 기울였다. '나무값만 수천억원'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삼성그룹의 쉼터 같았던 안양CC 개조는 단순한 사업 이상의 의미다.

골프 왕국 건설과 3세 경영 카테고리

삼성이 레이크사이드CC를 인수하면서 골프장 업계에서도 삼성은 1위가 됐다. 삼성이 소유한 6개 골프장에 총 홀수는 162개홀이다. 2위인 신안그룹의 144홀을 뛰어넘었다. 더욱이 최고 골프장들이다. 안양CC와 가평베네스트, 레이크사이드는 그 지역을 대표한다.

고 이병철 회장의 골프사랑이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이번 인수건을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의 후계 구도와도 연관이 있다고 파악한다.

지난해 에버랜드는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을 가져왔다.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에버랜드 사장으로 승진했다.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에버랜드 최대주주다. 이부진 사장은 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이다. 에버랜드는 삼성가의 경영승계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삼성의 후계구도는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 이부진 사장은 호텔·건설·중화학, 이서현 사장은 패션·미디어 등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악화로 삼성의 건설 부문 지도는 바뀌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이 없었지만 꾸준히 지분을 늘려 7.8%로 제일모직(13.1%)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이부진 사장이 삼성그룹 건설계열사 지분은 없지만 삼성물산의 고문으로 있다. 건설관련 역량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변화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박재호기자 jhpar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