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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 신격호 회장의 '30년 야욕'인가 '원대한 꿈'인가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14-03-11 15:11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93)의 좌우명은 거화취실(去華就實.겉치레를 삼가고 실질을 추구한다)이다.

이 신 회장 필생의 좌우명은 경영 전반에 녹아있어, 롯데그룹엔 사업에 필요하지 않은 지출은 단 한 푼이라도 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런데 유독 '예외사항'이 있어왔으니, 바로 신 회장의 30년 프로젝트인 제2롯데월드다. 서울 송파구 잠실에 지어지고 있는 제2롯데월드는 지상 123층, 555m 높이로 국내 최고층 건물이다. 땅 매입 시점인 지난 1988년부터 123층 빌딩 완공 시점인 2016년까지 치면 정확히 28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다. 그러나 요즘 업계에선 이 필생의 대역사가 역으로 신 총괄회장의 발목을 잡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신격호 총괄회장, 왜 제2롯데월드에 집착하나

롯데는 땅값만 3조원이 훌쩍 넘는 땅을 수십년간 놀리면서 길고 긴 인허가 과정을 기다려왔다. 교통 환경 문제 등은 차치하고라도, 단순 산술적으로 따져봐도 제2롯데월드는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는 장사가 아니다. 제2롯데월드의 건축 비용은 일반 건축물의 3~4배가 넘는다. 건축물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를 바꾸다보니 시공비 또한 만만치 않게 늘어났다.

더욱이 상권까지 겹쳐서 내부경쟁을 피할 수가 없다. 제2 롯데월드엔 명품샵,극장 호텔 등이 들어설 전망. 잠실의 롯데백화점, 롯데호텔, 롯데시네마, 롯데마트와 내부 경쟁을 벌여야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룹내 임원들도 "채산성이 낮다"고 신 총괄회장에게 수차례 건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무엇도 신 총괄회장의 집념을 꺾지 못?다. 이미 잘 알려진바, 신 총괄회장은 이 사업을 이미 1980년대 후반부터 구상해왔다. 세계적인 수준의 호텔과 쇼핑몰 극장 등을 망라해 이 일대를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만들고자 했던 것. 신 총괄회장은 일본 경제주간지 '슈칸다이아몬드'와 인터뷰에서 "서울에 세계 최고 높이의 제2롯데월드를 짓는 것이 여생의 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제2롯데월드에 이렇게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임종원 서울대 교수가 쓴 '롯데와 신격호' 등 관련 내용을 살펴 보면, 생전에 세상에 자랑할 만한 업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신 총괄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지금의 롯데월드는 규모가 너무 작다. 더 이상 확장할 수도 없다. 그래서 제2롯데월드를 지어 지금의 롯데월드와 연결하여 서울의 명물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 신 총괄회장은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냐. 21세기 첨단 산업 중 하나가 관광인데, 한국에는 구경거리가 별로 없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시설을 조국에 남기려는 뜻밖에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룹 이름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롯데에서 따온 신 총괄회장은 평소 '기업은 예술'이라고 강조해왔다. '모든 제품을 예술작품 만들 듯 최고로 만들어 시장을 압도해야 한다'는 신 총괄회장이 생애 마지막 역작을 남기고 싶어하는 욕망이 온갖 무리수에도 불구하고 제2롯데월드타워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현 시점까지 끌고온 근본적인 동력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특혜 구설수에 안전사고, 바벨탑 프로젝트로 전락하나

제2롯데월드는 롯데그룹이 지난 1988년 사유지 8만7770㎡(2만6550평)를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등기부상에는 87년 12월 4일 취득했다고 되어 있는데, 그 뒤 대통령이 네 명이나 바뀌는 동안이나 인허가가 나지 않아 애를 태워야했다. 국방부가 서울공항(공군 성남기지)의 항공기 비행 안전문제로 허가를 반대하는 등 넘어야할 산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

그러나 롯데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부터 분위기를 역전시키는데 성공, 일사천리로 달리기 시작했다. 2008년 저층부 건축 허가를 받아낸 롯데는 민관 합동회의와 두 번의 행정협의조정위원회를 거쳐 2009년 3월 사실상 정부 승인을 받아냈다. 그리고 2010년 송파구청으로부터 최종 건축 허가를 받아냈다.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비행안전검증용역 발주 초기부터 불공정 시비가 제기된 것과 더불어, 검증 용역기간이 15일에 불과한 점 등을 지적하며 이른바 '짜 맞추기식' 용역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 시절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기업으로 손꼽혀왔다.

여기에 이러한 특혜 시비에 더해서, 요 몇년 사이엔 초고층 부분 공사 진행과정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6월에는고층부 43층 자동상승발판거푸집(ACS폼) 추락사고, 같은 해 10월에는 저층부 철제 파이프 추락사고가 일어났다. 설상가상, 지난 2월엔 47층 용접 보관함 화재사고 등이 잇따르면서, 안전을 우려하는 시민의 불안감이 고조됐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는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최근 "제2롯데월드에 대한 서울시의 안전대책은 기대 이하의 땜질식 미봉책"이라며 강하게 꼬집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의 분위기가 한층 강경해지면서 직접 안전점검에 나서겠다고 지난달 말 공식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제2롯데월드를 향한 우려의 시선 또한 높아지고 있다.

브레이크 없이 달린다?

부친의 뜻을 받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제2롯데월드의 준공 전 과정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측근인 김치현 전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부사장)을 지난 1월 롯데건설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한 배경엔 이러한 신 회장의 의중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

이른바 '돌쇠형'으로 통하는 김치현 사장은 과감한 추진력으로 유명하다. 한번 맡은 업무는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으로 알려진 김 사장은 일찍이 '당면한 과제인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성공적 완공을 위해 현장 중심 경영 및 윤리 경영을 실천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지난달 화재 이후엔 직접 임직원 비상 회의를 소집해 안전 관리 강화 대책을 마련하는 등 그 파장을 잠재우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이 가운데 그룹 차원에서 강공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데, 최근 롯데월드몰 시행사인 롯데물산은 서울시의 임시사용승인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최근 대규모 인력 채용 박람회를 강행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6∼7일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14 송파와 함께하는 롯데월드몰 채용박람회'엔 제2롯데월드 입점 예정기업 100여개사가 참가했다. 업체 측은 고졸·청년·중장년층 구직자 1056명을 뽑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롯데물산 측은 최근의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 상당히 조심스러운 분위기. "롯데월드몰의 개장 시기는 미정이다. 서울시와 협의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저층부 조기 개장설'에 대해 일정정도 선을 그었으나, 사실상 채용박람회를 강행한 것 자체가 5월 저층부 개장을 위한 본격 움직임이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어느새 그룹 내 뜨거운 감자로 자리잡은 제2롯데월드. 온갖 논란과 우려를 털어내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구상대로 아름다운 역작이 될지, 욕망끝에서 좌절하게 되는 바벨탑이 될지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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