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일파만파다. 50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 발행이 일시중단됐고, 피해 소비자들은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출된 개인정보 범위도 신용카드 번호와 카드유효기간 등 12개로 예상보다 많아 사건이 알려진 뒤 닷새가 흘렀지만 충격파가 여전하다.
KT는 초우량기업이다. 신용등급이 'AAA'다. 하지만 이번 일로 5000억원 회사채 발행이 중단됐다. 금융감독원은 기업의 증권신고서를 체크하고 투자자 보호와 관련돼 기재사항이 부족하면 서류를 돌려보낸다.
KT가 홈페이지 해킹을 당하면서 980만여명의 주요 개인정보가 유출됐기 때문이다. 2012년에도 전산망 해킹으로 873만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바 있어 투자자들에게 미칠 영향이 크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실제로 일부 기관투자자들의 항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증권신고서 정정 시기를 놓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주관사인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이번 회사채 발행은 수요예측에서 1조3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몰려 관심이 높았다. 이번 사태가 향후 KT의 신용도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집단소송 카페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2012년 정보유출 당시에도 일부 법무법인이 소송을 대신하기도 했다.
정보유출 범위가 은행계좌와 신용카드번호 등 광범위한 데다 1000만명에 가까운 인원이 직접 피해를 봤다. 다행히 결제에 필요한 신용카드 비밀번호와 신용카드 고유식별번호인 CVC번호는 보관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출된 정보만으로도 대포폰 개통과 인터넷 소액결제 등이 가능한 경우가 있어 2차 피해 우려도 있다. KT는 14일부터 이메일과 우편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통보할 참이다.
정부는 최근 금융분야 개인정보 유출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미봉책이라는 평가절하가 많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배상명령제, 집단소송제 검토 얘기도 나왔다. 소비자 분노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집단소송제 범위 확대라는 국민정서에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KT의 이번 정보유출 집단소송제가 어떤 식으로 발전될 지 알 수 없다. 정보유출로 인한 실제피해가 아닌 정보유출 자체가 피해가 되는 지에 대한 법률적인 판단도 필요하고, 정신적인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고객의 목소리에 KT가 전향적으로 다가설 지도 미지수다.
KT는 지난해 이석채 전 회장의 진퇴를 둘러싸고 한차례 진통을 겪었다. 이어 자회사인 KT-ENS가 1조8000억원대 대출사기 사건의 중심에 섰던 터라 임직원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심기일전 하려던 찰나 또다시 대형 악재에 부딛힌 상황이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박재호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