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노는 인력'은 무책임한 경영이 문제

박종권 기자

기사입력 2014-03-06 17:52


"공기업 노는 인력 줄여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산업부 산하 41개 공공기관장, 감사 워크숍'에서 공기업 방만 운영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윤 장관은 "질적 측면인 생산성 향상이 뒤따르지 않는 공공기관 개혁은 의미가 없다. 예산낭비, 인력 배치 등 조직, 인사 모든 부분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관별로 정년퇴직 대기자 등 유휴인력의 최소화, 현장 중심의 인력 배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3월 말까지 생산성 향상 대책을 세우라"라고 주문했다.

구체적이고 본격적인 공기업 개혁 방안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당장 공기업들은 부채 감소와 방만 경영 해소, 인력 재배치까지 해야하는 상황이다.

우선 공기업들은 부채 축소를 위해 자산매각을 첫 번째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만성 적자 속에서도 국민정서에 반하는 임직원들의 성과급 잔치, 지나친 임직원 복지에 대한 수술도 앞두고 있다. 이젠 한발 더 나아가 정부와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유휴인력 재배치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란 혁신적인 해법도 찾아야 한다.

그러나 공기업들이 몇 차례 구조조정을 거쳐 당장 인력을 감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번에 지목된 유휴인력 중 마땅한 역할 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공기업 자문역 등은 이번에 감축 1순위로 꼽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1급 임원 출신 상담위원들에게 임금으로만 1년에 200억원을 지급해 논란이 됐다. 기관장들의 무책임한 제식구 챙기기의 단적인 예다.

또 공기업 기관장들이 정치와 가깝게 지내기 때문에 벌어지는 방만 경영도 문제다. 한국전력이 지난달 새로 선임한 사외이사 3명은 모두 전문성이 없는 정치와 관련된 인사들이었다. 심지어 기관장들이 정치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취임 9개월만에 사퇴하고 강원도지사 선거에 나섰다.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역시 강원도지사 선거를 위해 그만뒀고, 류한국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은 대구 서구청장 선거 출마를 위해 사장직을 퇴임했다. 기관장들의 이런 행태는 당연히 정치인 눈치보기, 경영 부실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직원들 역시 생산성 향상보다는 자주 바뀌는 기관장과 경영진들의 업무파악 돕기와 호흡 맞추기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다.

공기업의 퇴직 대기인력도 유휴인력으로 꼽힌다. 당장 양을 줄이는 구조조정보다는 20년 이상 쌓은 경험을 살리는 질적 향상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이에 한국전력은 현재 57~60세 사이인 퇴직 대기인력 381명의 경력을 활용하는 직무 개발과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윤 장관의 "개별 공기업의 인력 배치까지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생산성 향상을 얘기할 수 있다"라는 말을 공기업 기관장들은 잘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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