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 서울대공원, 지난해엔 코뿔소 탈출 폐사 은폐

박종권 기자

기사입력 2013-12-02 17:18


서울대공원이 지난해 흰코뿔소 탈출했다가 죽은 사실을 숨긴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공원은 지난해 8월 5일 오후 7시쯤 흰코뿔소가 우리를 탈주해, 사육사들의 조리실과 공구실로 난입했던 사건이 발생했다. 난동을 부리던 코뿔소는 결국 심장마비로 폐사했다. 서울대공원은 2톤에 달하는 흰코뿔소를 해체해 대동물사 인근에 암매장했다. 그러나 코뿔소 탈출 사건은 내부관계자들도 모를 정도로 극비로 처리됐고, 원인 규명이나 문책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경찰서나 소방당국에도 연락을 취하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대공원 측은 2일 설명 자료를 통해 "7평 남짓한 조리실에서 코뿔소가 흥분해 사방을 들이받자 현장 사육사 3명과 담당팀장 등이 출동해 대형 선풍기를 이용해 흥분한 코뿔소의 열을 식히는 한편 청소용 호스로 물을 뿌리며 우리로 돌려보내려 했지만 결국 코뿔소가 쇼크로 폐사했다"며 "사고발생 현장은 건물 내실로 외부와는 차단된 상태였다. 코뿔소가 2톤이나 돼 이동할 수 없어 현장에서 부검을 실시했고, 소각로 처리용량이 부족해 관련 법령에 따라 부검 후 매몰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대공원 측은 "절차에 따라 사고 당일 즉시 서울대공원장에게 보고하고, 사고 동물사는 안전보강 조치를 했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지난해 10월 환경부에도 관련 사항을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울대공원은 지난달 24일 시베리아 호랑이 로스토프(3살)가 우리를 탈출해 사육사의 목을 무는 사고가 발생했던 것에 이어 지난해 흰코뿔소 탈출 폐사 사건까지 겹쳐, 심각한 안전 불감증에 빠져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번 코뿔소 탈출 사고 역시 동물사와 내실 사이에 두꺼운 철문이 있었지만, 평소 사용의 편의를 위해 시건장치(자물쇠)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호랑이 사건 때처럼 내실 문이 열려 있었던 셈이다. 또한 내실 안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흰코뿔소가 어떻게 탈출을 했는지 그 과정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사고 발생 이후에도 CCTV를 설치 하지 않았다.

또한, 서울대공원은 관할행정기관인 서울특별시에는 따로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공문 또는 구두 상으로도 서울대공원의 흰코뿔소 사고와 관련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원칙상 서울시 공원녹지국이 관리감독하게 돼 있지만, 그동안 서울대공원은 자체 인사 및 관리감독을 진행했다. '동물 증여ㆍ타기관으로 양여'의 경우만 서울시장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고, 동물의 폐사 등은 서울대공원에서 자체 처리했다. 서울대공원의 잇따른 사고에 대해 상부기관인 서울시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편, 서울대공원 보유 동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흰코뿔소는 마리당 1억3750만원의 고가 동물로 분류된다. 로랜드고릴라(5억2500만원), 아시아코끼리(2억2500만원) 등에 이어 서울대공원에서 다섯번째로 비싼 동물이다. 현재 서울대공원은 흰코뿔소 4마리를 보유 중이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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