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수난시대 추락하는 회장님들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13-09-29 17:53


2013년은 재벌가에게 잊지 못할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고강도 압박을 받으며 혹독한 시절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선 정부가 '재벌 길들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횡령 배임 비자금 조성 등의 문제로 오너일가가 줄줄이 구속 되고 있고, 비자금 문제 등이 계속 터져나올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경제민주화 바람 속에 재벌을 규제하기 위한 강도 높은 조치까지 속속 법제화되고 있어 총수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것도 한몫 거든다.

2013년들어 10여명의 재벌 총수들이 고초를 겪고 있다. 여러 명의 회장이 횡령이나 배임 등 혐의로 동시에 법의 심판에 직면해 있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지난 27일 2심에서 징역 4년, 최재원 부회장은 징역 3년6개월을 선고 받았고,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돼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한다.

CJ그룹 이재현 회장과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은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구속됐다가 나란히 수술을 이유로 구속집행 정지됐다. 이재현 회장은 아직 1심을 받지 않았고 이호진 회장은 2심에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은 상태다. LIG그룹의 구자원 회장은 지난 13일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처럼 재벌 총수들이 무더기로 법정에 서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게다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국가경제에 기여한 점을 읍소해 집행유예를 유도해내는 것도 이제 쉽지 않은 분위기다.

자금난으로 시련을 겪고 있는 총수도 있다.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그룹이 자금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CP)을 막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통적인 재벌가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샐러리맨 신화를 일구며 그룹 회장까지 올랐던 STX그룹 강덕수 회장과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은 '실패한 경영자'로 몰릴 위기에 놓였다. 강 회장은 채권단의 강압에 의해 STX조선해양 대표이사직을 내놓았고, 윤 회장은 작년 10월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웅진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재벌가의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부차원에서 재벌들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조치들이 법률로 속속 만들어지고 있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총수 일가에 대해 증여세를 매기도록 하는 세법이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 현재 하위법령 개정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정기국회에서는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 금융회사의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감사위원 선임 때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도 다뤄진다. 특히 과거 정부와 정경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롯데그룹과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대웅제약을 비롯한 특정 기업에 대한 사정당국의 고강도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동반성장, 상생, 건전한 기업문화 등이 강조됐던 만큼 이런 분위기를 되돌리기는 어렵다"며 "재벌들이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김세형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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