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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똥말 '차밍걸' 올림픽 승용마로 제2의 인생시작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3-09-26 15:13


100전 100패 만년 꼴지 차밍걸이 정든 경주로를 떠난다.

한국경마 연패기록(100패)과 현역 경주마 최다출전기록을 갈아 치우며 화제를 모았던 8세 암말 차밍걸이 오는 9월 28일(토) 과천 서울경마공원 10경주(오후 5시)에 출전해 101번째 경주를 마지막으로 영예로운 은퇴식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차밍걸의 주인인 변영남(70) 마주는 "고민을 많이 했고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간"이라며 " 아직 경주마로 활동할 수 있는 여력은 남아있지만, 새로운 인생을 열어주기 위해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경마 연패기록과 현역 경주마 최다출전기록을 갈아 치우며 화제를 모았던 '차밍걸'은 지난 9월 1일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제7경주(국4 1800M)에서 다시 한 번 우승에 실패하며 100전 100패 기록에 올랐다. 2008년 데뷔 이후 한 경기에서도 우승을 기록하지 못한 '차밍걸'은
한국경마 연패기록과 현역 경주마 최다출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데뷔이후 3등을 8번 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때문에 마지막 경기에서도 우승은 사실상 불가능해 101연패라는 기록을 남길 게 확실시 된다.

경마에서 성적은 곧 생명이다. 1등에게는 항상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지만 그 이하는 그늘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경마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확률은 대략 10% 내외. 모든 경주에서 1등은 한 마리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1등을 못하게 된다. 성적이 우수하면 씨수말 등으로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지만 속칭 '똥말'들은 마차를 끄는 신세로 전락한다.

성적으로는 마방의 애물단지일 법도 한데 마방 식구들은 되레 '차밍걸'을 보물처럼 다룬다. 경주마는 보통 한 달에 한 번 꼴로 출전한다. 한 경기를 마치면 몸무게가 10㎏ 이상 빠질 정도로 체력소모가 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밍걸은 올 한해 무려 10차례, 매년 평균 16차례 경주에 출전해 최고의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다른 경주마보다 1.5~2배 정도 더 일을 많이 하는 셈이다. 남들 8시간 일할 때 12시간이나 16시간 일해서 먹고사는 서민들의 삶과 닮은꼴이다.

변영남 마주는 "차밍걸의 연패 기록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뒷심이 부족해 우승은 못하지만, 마지막 결승 주로에서 한번은 치고 나간다. 온힘을 다해 늘 전력 질주한다"며, 잔병치례 없이 최선을 다한 '차밍걸'이 드디어 101번째 마지막으로 개근상을 받게 됐다."라고 밝혔다. 8세는 경주마로는 노쇠하지만 승용마로는 현역으로 뛸 수 있는 나이다.

차밍걸은 오는 9월 28일(토) 10경주 종료 후 서울경마공원 관람대 앞 시상대에서 은퇴식행사를 가지며 엘리트 승용마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전국의 여러 경주마 목장에서 차밍걸을 씨암말로 데려가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변영남 마주는 고민 끝에 최선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경기도 화성시 궁평목장에서 선수용 승용마로 데뷔시키기로 결정했다.

국내 최대 규모 경주마 휴양소와 승마장을 운영 중인 류태정 궁평목장 대표는 "처음 승마 사업을 시작했을 때 '차밍걸'처럼 매번 실패만 맛봤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언제가 희망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경주마를 졸업한 차밍걸이 경주로가 아닌 세계최고 승마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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