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과거에는 헬스클럽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요가나 필라테스, 코어 같은 맨손운동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헬스클럽에서 바벨과 무거운 기구 운동을 하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간 자칫 크고 우람한 근육이 생길 것이 두려워서다.
웨이트트레이닝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은 이뿐만이 아니다. 웨이트트레이닝이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오히려 관절염을 키운다는 등 속설이 많다. 그런 반면 의료계에서는 웨이트트레이닝을 체계적으로 도입해 척추관절의 재활 및 비만 치료에 적극 활용하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르신은 웨이트하면 관절염 생긴다?
그러나 최근에는 저강도의 웨이트트레이닝이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의 생성을 촉진시켜 골밀도를 높이고, 특히 관절 주변 인대와 건, 근육 등을 튼튼하게 해 관절염을 지연시킨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다. 미국 해병대는 관절염을 앓고 있는 병사들에게 6주간 점진적 근력강화운동을 시킨 후 글루코사민과 콘드로이틴을 복용시키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병사들의 상당수가 통증이 경감됐으며 일부 병사 중에는 연골이 재생되는 것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해병대의 이 프로그램은 재활치료적 요소와 웨이트트레이닝을 결합해 현재 미국의 노인복지시설이나 실버타운 등에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부천하이병원 관절센터 이정호 과장은 "고령자의 경우 해마다 근육의 양이 10%씩 감소하는데 웨이트트레이닝과 같은 부하운동을 통해 자극과 회복을 거치면서 근육과 인대 등의 연부조직이 생성 및 강화된다. 특히 근육량이 늘어나면서 관절마모를 방지하는 것 외에도 강직된 관절에 혈액순환과 운동범위를 촉진시켜 이완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과장은 또 "최근에는 지속적인 근력운동이 외상이나 노화로 인한 퇴행변성 외에도 내과적 원인에 의한 류마티스관절염의 발병률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밝혔다.
◆여성이 웨이트하면 큰 근육 생긴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 덩치가 큰 남성들처럼 우락부락하고 큰 근육이 생긴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것 또한 모르고 하는 말이다.
여성과 남성의 근육량과 발달형태는 차이가 있다. 여성은 근육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현저히 낮아 남성처럼 '벌크 업(부피가 커진)'된 근육은 현실적으로 만들어지기 어렵다. 더구나 여성은 체격조건 상 남성보다 골격의 크기가 작은 대신 체지방 함량이 높아 오히려 근육이 붙기 불리한 신체조건을 갖고 있다.
최근 '클라라' 등 인기 여성 연예인들의 '11자 복근'만들기 열풍만 봐도 그렇다. 단순 식이요법과 스트레칭, 짐볼 등의 운동으로는 손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성과 비슷한 강도의 복근 웨이트트레이닝을 병행해 일궈낸 성과다.
◆역도선수는 유연성이 떨어진다?
웨이트트레이닝은 또한 유연성 시비도 많다. 무거운 기구운동을 많이 하는 특성상 근력은 좋아질 수 있어도 그만큼 움직임이 둔해 보여 상대적으로 신체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것 또한 오해다. 인체 유연성은 인대의 탄성이 높고 관절의 넓은 가동범위를 통해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웨이트트레이닝은 근육과 건, 힘줄 등 관련 조직의 내구성과 탄성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부하 자극을 통해 관절가동성을 확장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골격근의 수축 및 속도를 담당하는 속근섬유와 지근섬유를 고르게 발달시켜 유연성과 함께 반응속도까지 높여준다.
국제체육학회(FIEP)가 실시한 올림피아드 출전선수들의 유연성 테스트에서 역도선수가 2위를 차지한 것은 웨이트트레이닝의 유연성 효과를 뒷받침해주는 실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근육이 지방으로 바뀐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다가 중단하면 근육이 지방으로 변해 살이 더 찔 수 있다는 속설도 떠돈다. 이정호 과장은 "의학적으로 근육과 지방세포는 별개의 존재로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성질이 바뀌지 않는다. 근육이 지방으로 바뀌는 것인 아니라 근육이 퇴화하면서 그 자리를 지방이 차지하는 것"이라면서 "평상시 근력운동을 거의 하지 않으면 근섬유의 횡단면적이 감소해 영양분의 저장능력과 기초 대사량이 떨어져 지방이 쉽게 몸에 축적되고 골격근 형성과 대사기능도 약화돼 근관절의 약화까지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주 3회 이상 웨이트트레이닝 등 무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