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 소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무학'과 '대선주조'가 '끝장 공방' 중이다. 음해 공작, 명예훼손 고발 등 극한 대립이다.
무학은 지난 19일 이번 지도 감독의 배후에 경쟁업체인 대선주조가 있다고 주장했다. 무학은 일부 지역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이번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지도 점검은 대선주조의 고발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표현을 썼다.
이에 대선주조는 발끈하고 있다. 대선주조 김일규 상무는 25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터무니없다. 무학의 거짓말은 상상을 초월한다. 보도자료가 아닌 이해를 돕기위한 해명 자료라고 뒤늦게 주장하고 있지만 공식입장을 담은 공식 보도자료였다. 우리측이 고발했다는 증거를 내놔야 한다. 무학을 상대로 오늘(25일) 명예훼손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전국의 10개 소주회사에서 만든 소주가 제각각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소주의 주재료인 주정은 거의 같다. 전국에는 10개의 주정을 만드는 회사가 있고, 이 주정은 전부 대한주정판매주식회사로 모인 뒤 재배분되고 있다. 몇몇 소주회사들이 주정회사를 가지고 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신들이 만든 주정을 자신들의 소주에만 넣을 순 없는 구조인 것이다.
무학 관계자는 "대선주조의 고발 증거에 대해 현재로선 드릴 말씀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밝혀질 것"이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고발 건의 키를 쥐고 있는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연락을 취해봤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지난 4월 폐수에서 비소가 검출된 것은 사실이다. 통상적인 지도 감독 행위의 일환이었다. 특정기업(대선주조)의 고발로 움직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비소 적발건이 소주내 비소 함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비소가 폐수에서 적발됐지만 주정 제조과정에서는 비소가 나온 예가 없다. 실제 MH에탄올은 음식물 쓰레기 위탁처리 공장도 가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주정 제조 외 다른 제조 루트에서 비소가 나왔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제 본말이 전도됐다. 이번 사건은 비소 검출로 인한 식품 안전, 환경오염 가능성보다는 진실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무학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부산 소주 시장에서 무학이 약진했다. 알콜도수 16.9도인 저알콜 소주 '좋은데이'를 2006년 출시하면서 해마다 매출이 뛰었다. 현재 부산, 경남, 울산 지역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대선주조는 최근 '우리는 2등입니다'라는 문구의 지면광고를 공개했다. 무학은 경남 창원이 본거지이고, 대선주조는 부산 유일의 소주회사인데 안타깝게 2등인 현실에 대한 자기반성을 담았다.
대선주조 관계자는 "무학이 부산 소주시장을 점령한 뒤 2011년 4월 지역자본인 BN그룹이 대선주조를 인수, 2011년 6월 새로운 소주 '즐거워예'를 출시하자 한달도 안돼 무학에서 10건의 고소, 고발 건을 진행했다"며 "견제를 해도 너무한다"고 말했다.
대선주조의 고발로 '비소 공방'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박재호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