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 탓에 벌써부터 달콤한 여름휴가를 꿈꾸게 된다. 더위도 쫓고, 상큼한 기운까지 채울 만 한 여행지가 그립다. 요즘 주말 수도권 아랫녘 길은 나들이 인파로 항상 붐빈다. 상대적으로 호젓한 여정을 즐기자면 한수이북도 괜찮다. 경기도 연천군 일원은 한탄강-임진강 등 유려한 물줄기에 재인폭포-동막골 등 시원한 계곡까지 품고 있다. 따라서 캠핑-수상 레포츠를 즐기며 더위탈출에 나설 수 있는 곳이다. 거기에 세계적 수준의 전곡 선사박물관, 경순 왕릉 등 역사문화체험기행과 깊은 산속 산양삼 캐기 체험까지 즐길 수 있으니 한 번의 발품으로 흡족한 웰빙 여정을 꾸릴 수 있다.
연천=글·사진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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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레포츠 명소
시원한 물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마침 경기도 연천 일원은 한탄강과 임진강이 굽이치는 곳으로 여름철 물놀이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특히 유속이 완만해 초보자도 래프팅, 카약 등 신나는 수상레포츠를 체험할 수 있어 가족 여행지로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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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한탄강 물줄기의 비경도 빼놓을 수 없다. 고랑포 일원 임진강은 예로부터 '고호팔경'이라 불리며 절경으로 통했다. 현무암 대지가 오랜 세월 침식작용을 받아 깎아지른 수직 절벽을 빚어 놓았는데, 병풍처럼 펼쳐진 주상절리대가 압권이다. 향후 이 지역에는 주상절리 대를 따라 걸을 수 있는 명품 트레킹코스가 펼쳐질 전망이다.
더위를 날린다 '재인폭포'
여름철 연천의 인기 여정지로는 한탄강 인접 지류에 자리한 재인폭포를 꼽을 수 있다. 이곳 폭포는 특이하다. 평지가 움푹 꺼지면서 생긴 협곡에 위치해 있다. 평범한 들판에 너비 30m, 높이 18.5m에 이르는 폭포수가 형성돼 있다. 따라서 가까이 가지 않고서는 폭포가 있는지 조차 알 수가 없다. 교과서에 나오는 추가령구조곡으로, 지질학적인 학습여행지테마로 인기다. 포천의 비둘기낭이 같은 지형인데, 주변의 주상절리와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연출한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식는 과정에서 생긴 6각형 모양의 현무암 기둥으로, 제주의 그것처럼 한탄강 주변의 전형적 풍광 중 하나다.
재인폭포는 슬픈 전설도 간직하고 있다. 옛날 이 고을에는 줄타기를 잘하는 재인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헌데 고을 원님이 재인의 아내를 탐한 나머지 음모를 꾸몄다. 재인으로 하여금 이 폭포 위에서 줄을 타게 한 뒤 줄을 끊어 죽게 하고는 재인의 아내에게 수청을 들게 했다. 하지만 재인의 아내는 원님의 코를 문 뒤 혀를 깨물고 자결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재인의 한이 서린 이 폭포를 '재인폭포'라 불렀고 이 마을에 절개 굳은 코문이(재인의 아내)가 살았다 해서 '코문리'로 부르다가 후일 '고문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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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연천군 전곡리 일원은 하나의 거대한 선사 박물관에 다름없다. 한탄강 물굽이가 휘감고 흐르는 유역은 구석기시대부터 인류가 터를 잡고 살던 곳으로 지금도 다양한 선사유적이 발굴되고 있다. 연천에는 우리나라 구석기 유적을 대표는 전곡리 유적이 있다. 1978년 우연히 그렉 보웬이라는 미군 병사에 의해 발견된 주먹도끼 하나가 한반도의 잃어버린 시간들을 되돌려 주었다.
돌을 깨트려 날카롭게 한 주먹도끼는 구석기인들에게는 만능 도구였다. 동물의 가죽을 벗기거나 고기를 자르고, 발라내는데 그만이었다. 그래서 주먹도끼를 고고학자들은 '구석기 시대의 맥가이버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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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오토캠핑장 위쪽 언덕배기에 자리한 이 건물은 외관을 온통 스테인리스 패널로 마감했는데, 햇빛을 받으면 비늘처럼 반짝거린다. 유선형의 모습이 마치 UFO 같기도 하고, 용이나 알의 형상 같은 느낌으로도 다가온다. '전곡선사박물관'은 프랑스의 X-TU사가 설계했는데, 건물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뤄진 원시 생명체의 형태를 모티브로 삼았다.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고고학체험실 등 박물관의 내부는 마치 선사시대 동굴 속을 탐험하는 느낌이 들게 꾸며 놓았다. 지붕 위로 난 통로를 따라가면 한탄강을 굽어보며 산책을 즐길 수 있는가 하면 광활한 야외 선사유적지와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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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가운데에는 '인류 진화의 위대한 행진'이라는 인류 복제 모형이 전시돼 있다. 몇 백 만년에 걸친 진화 과정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모형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정교하다.
전시실 한쪽에는 턱, 다리, 어깨 등 매머드의 뼈를 활용해 만든 '매머드 뼈집' 모형이 있다. 동굴벽화 탐험도 빼놓을 수 없다. 횃불 모양의 손전등을 들고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가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 등을 재현해놓은 작품과도 마주할 수 있다. 고고학체험실에는 1991년 알프스의 빙하 속에서 발견된 '외치 미라' 모형도 만날 수 있다.
전곡선사박물관의 특징 중 하나는 체험형 박물관으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체험-교육 프로그램은 예약제(www.jgpm.or. kr / 031-830-5600)로 운영한다. 관람시간은 평일 오전 9시~오후 8시(하절기 9시), 매월 2번째, 4번째 월요일(공휴일 제외) 휴관. 관람료는 일반 4000원, 초-중-고교생 2000원, 7세 이하 무료. 경기도민(개인) 50% 할인.
◆깊은 숲속에서 만나는 건강 체험 '산양삼 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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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씨의 농장은 이름조차 걸어두지 않았다. 입소문을 통해 아름아름 찾아들 와서 약용으로 캐가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인 마니아들도 즐겨 찾는다. 한 번 방문 후 가치를 인정하게 된 이들이 소문을 내며 꾸준히 찾고 있다는 것. 지 씨는 "일본인들은 숲속을 다니며 직접 캐가는 자체에 크게 만족해 한다"고 귀띔했다.
지병필 씨는 "한우물을 파다보니 요즘 유행하는 '힐링 공간'을 갖추게 됐다"며 밝은 웃음을 쏟아냈다.
"제가 지금 일흔 셋인데, 흔한 감기 한 번 없이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을 지녔다고 자부합니다. 맑은 공기와 더불어 산양삼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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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안 알아 줘도 좋습니다.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만 찾아줘도 행복합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명품 산양삼이 탄생될 것이고, 꾸밈없이 잘 유지해간다면 훗날 더 멋진 명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가는 길=연천군 백학면 노곡2리 산 46번지. (016)347-6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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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서울(일산)~자유로~당동IC~37번국도~적성방면~연천-전곡방면~사랑교북단~전곡선사박물관 / 백학면 노곡리
나들이코스=◇'전곡선사박물관' 앞쪽 강변은 '한탄강 관광지'가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 야영장과 캠핑 트레일러, 통나무로 만든 캐빈 하우스 등 다양한 캠핑시설도 갖추고 있다. 인근에는 물놀이장, 어린이 교통 랜드, 어린이 캐릭터원 등이 있다. 한탄강 관광지 관리사무소 홈페이지(www.hantan.co.kr) 참조.
◇경순왕릉=신라56대 경순왕의 묘로 경주를 벗어난 유일한 신라왕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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