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로 목소리 질환도 치료한다고?

임정식 기자

기사입력 2013-05-31 13:35


잘 알고 지내던 친구나 지인이 특별히 성형수술을 한 것도 아닌데 젊어지고 예뻐졌을 때 흔히 "보톡스 맞았니?"라는 질문을 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톡스를 미용성형의 하나로 생각한다.

보톡스는 체내 신경 말단에서 근육 수축을 일으키는 신경 전달 물질의 분비를 억제해 근육을 마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미용성형뿐 아니라, 요실금, 두통, 다한증 등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보톡스는 목소리 질환을 치료하는데도 매우 유용하다.

프라나이비인후과 안철민 원장은 "목소리 질환의 보톡스 치료는 다양한 근 긴장에 의해 나타나는 음성변화를 치료할 때 매우 효과가 좋고, 수술에 대한 환자의 심리적인 부담도 덜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보톡스 치료가 효과적인 목소리 질환에는 연축성 발성장애, 변성 발성장애, 근긴장성 발성장애를 들 수 있다.

연축성 발성장애는 후두신경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성기관을 형성하는 후두 근육들에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근육 수축이 일어나 성대의 진동이 불규칙해져 나타나는 발성장애다. 말을 할 때나 노래를 할 때, 목소리가 끊어지고 떨려 연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어렵고, 특정 발음이 어려워진다. 특히 불안하고 긴장된 상태가 아닌데도 목소리가 끊기고 떨리는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극심한 경우, 짧은 단어를 말하는 것이 어려워 아예 말을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이 증상은 문제를 일으키는 성대근육에만 선택적으로 주사할 수 있는 보톡스 치료를 통해 개선될 수 있다.

변성 발성장애도 마찬가지다. 변성 발성장애는 변성기를 지난 남성의 목소리가 여성스럽고 곱고 가늘게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후두 골격의 급격한 변화로 나타나는 음향학적, 공기학적 변화들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변성 발성장애의 보톡스 치료는 여성스럽게 높은 음을 내는 성대 근육에 보톡스를 주입해 마비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근긴장성 발성장애 역시 보톡스 치료로 개선할 수 있다. 근긴장성 발성장애란 성대와 주변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해 발생하는 기능적 음성장애다. 잘못된 발성습관에 의해 성대가 과도한 긴장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경련현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2차적으로 성대결절, 성대폴립, 성대낭종, 성대유착 등의 구조적인 질환을 유발시키기도 하고,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나 쉰 목소리가 난다. 말할 때마다 숨이 차거나, 말끝마다 떨림이 심해지기도 한다. 질환의 정도에 따라 후두 복합근에 보톡스를 주입하는 것으로 개선 가능하다.


이처럼 보톡스 치료는 다양한 목소리 질환에 유용하지만 지속적인 보톡스 주사는 오히려 근육의 위축 등을 유발할 수도 있고, 환자 입장에서 목에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심리적인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더불어 보톡스 치료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보톡스 주입은 평생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목소리 질환 개선을 위해서는 보톡스 치료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개선이 될 수 있도록 올바른 발성훈련을 통한 음성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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