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 여성의 짧은 스커트 사이로 드러나는 각선미는 하이힐을 통해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각선미를 따지는 여성들에게 하이힐은 '머스트해브 아이템'이다. 반면 의사들은 하이힐을 두고 관절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려대 연구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하이힐은 적당히 활용하면 발목근력을 발달시키는 운동기구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어떤 신발에도 없는 기능이다. 사실 이런 하이힐의 죄질을 무겁게 만드는 제공자는 정작 따로 있다.
현대여성들이 매끈한 다리에 비해 근육이 턱없이 부족하고 인대가 약하다는 것이다. 일부 여성들은 매끈한 다리를 갖기 위해 종아리 근육과 신경 일부를 절제하거나 발목 지방을 흡입하고, 근육이 생길 것을 우려해 하체운동을 기피한다.
왜곡된 사실이다. 일산하이병원 족부클리닉 박승준 원장은 "비복근은 원래 가자미근과 함께 하퇴삼두근(아킬레스건)의 한 부분으로 발꿈치를 들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오르막을 오르거나 빠르게 달리기, 점프 등을 할 때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만약 이 비복근이 일부 소실된다면 굴곡진 노면을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보통사람보다 착지가 불안정하고 운동기능이 감퇴돼 낙상 위험이나 발목을 접질리거나 삘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발목의 지방 흡입도 같히 주의해야 한다. 지방은 원래 체온조절과 에너지 저장 같은 생리기능을 담당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외부충격으로부터 내부 장기와 조직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발목은 다른 부위에 비해 지방분포가 적어서 지방양이 감소하는 만큼 외부충격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 발목지방을 흡입한 여성이 하이힐을 신는다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또한 하체운동을 기피하는 여성들이 하이힐을 신고 다니면 다칠 위험이 높아진다. 박승준 원장은 "운동량이 부족해지면 이를 감당해야할 근육과 인대, 신경 등이 약화되게 되고 체중이 조금만 증가해도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울러 근육의 수축이나 팽창을 담당하는 관절의 고유감각(proprioceptive sensation)이 떨어져 근육·신경기관·운동기관 등의 상호조정 능력이 둔화돼 넘어지거나 미끄러졌을 때 반사 신경이나 순간적인 대처능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하체근육과 인대를 혹사시킨 여성들이 하이힐을 신으면 족부질환으로 연결된다. 단순 염좌나 미세골절은 물론 경골과 족관절 사이 인대가 잘못 회복될 경우, 수시로 같은 발목을 삐게 되는 '발목불안전증'까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유리체(미세 뼈조각)가 인대와 연골을 파괴시키면서 젊은 나이에도 박리성골연골염이나 발목관절염 같은 퇴행성 질환으로 고생할 수 있다. 이때는 관절내시경술이 적용되는데, 효과가 없을 경우 연골 사이에 직접 생체플라스틱을 끼워 넣는 '인공관절 치환술'까지 감행해야 한다.
박승준 원장은 "종아리는 작은 원통형 구조로 다른 신체부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지방이 퍼져 있고 근육 굴곡이 심해 작은 실수에도 근육이 제 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다. 발목은 종아리보다 구조가 더 까다롭기 때문에 작은 실수라도 생긴다면 하이힐과는 평생 안녕이다"고 말했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