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국민경제 외면하는 재벌기업들, 투자는 하지않고 현금 쌓아 둔다

기사입력 2013-04-01 13:39 | 최종수정 2013-04-01 16:12


국내 경제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최근 2.3%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의 역대 성장률 전망치고는 가장 비관적인 수치다. 미국과 일본이 엄청난 규모의 '돈 살포'를 통해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어서 더욱 국민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다. 올해 세수 부족액이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하반기에는 '한국판 재정절벽'의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재정절벽'(Fiscal Cliff)이란 쓸 돈이 부족해진 정부가 지출을 급격하게 줄이면서 경기도 극도로 위축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다.

10대 그룹의 현금성 자산만 123조7000억

사정이 이런데도 국내 재벌기업들은 두둑한 돈보따리를 끌어안은 채 자기들 잇속만 챙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벌닷컴이 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순위 10대그룹 소속 83개 상장사의 연결기준 현금성 자산은 작년말 기준으로 123조7000억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연도인 2011년보다 10.0%(11조3000억) 증가된 액수이다. 또 현금성 자산규모로는 역대 최고치이기도 하다.

현금성 자산은 기업이 보유한 현금과 단기 금융상품, 금융기관 단기 예치금 등 현금전환이 쉬운 자산이다. 10대그룹의 현금성 자산 중 현금은 62.1%인 76조8000억원이고 나머지 37.9%인 46조9000억원은 단기 금융상품이나 금융기관에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10대 그룹 중 삼성, 현대차, GS그룹은 전년대비 현금성 자산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은 작년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44조3000억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33.3%(11조1000억) 증가한 액수다.


현대차그룹 역시 34조5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 전년보다 25.4%(7조원)가 늘어났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현금성 자산이 각각 3조8000억, 2조9000억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GS그룹도 현금성 자산이 10.9% 증가해 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SK, 롯데, LG, 포스코그룹 등 나머지 7개 그룹은 현금성 자신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롯데그룹은 2011년말 4조4000억원에서 작년말 2조4000억원으로 현금성 자산이 감소했다. 무려 45%나 줄어든 것으로 10대 그룹 가운데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롯데쇼핑이 1조90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감소했고 롯데케미칼도 9000억원이 줄어들었다.

LG그룹 -9.1%, 포스코그룹 -1.2%, 현대중공업그룹 -5.0%, 한진그룹 -3.1%, 한화그룹 -0.2%의 현금성 자산 감소율을 기록했다.

국민경제 외면하는 재벌기업들

재벌기업들은 이같은 현금성 자산보유 이유에 대해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못하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경제정의실천연합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우리 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재벌기업들이 현금만 쌓아둘 게 아니라 적극적인 투자를 해 경기회복에 도움을 줘야한다. 또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면 일자리 창출도 돼 청년실업 해소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기업들이 너무 근시안적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국민경제를 감안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또한 재벌기업들은 이익이 많이 나 현금성 자산이 늘어난 만큼 책임도 뒤따른다고 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재벌들이 이익을 내는 과정에는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등 작은 기업들의 뒷받침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사회 양극화를 해소해 경제민주화를 이루는 차원에서라도 재벌들은 돈 보따리를 풀어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재벌들에게 현 상황은 '위기이자 곧 기회'라는 진단이다.

한편 30대 대기업 집단 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올해까지 30개 대기업집단의 경영성과를 분석한 결과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으로의 경제력 집중이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4대그룹의 자산총액 연평균 증가율이 19.8%로 가장 높았던 것이다. 30대그룹의 총 매출액에서 4대그룹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9년 49.6%에서 올해 53.2%로 증가됐다. 대기업 집단 간에도 점차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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