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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송파동에 위치한 본가진미 간장게장. 50평 남짓한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유잠숙 사장(46)이 환하게 웃으며 달려나온다.
서울 장안동에서 간장게장집을 하다가 송파동으로 옮겨온 지 1년여. 장안동 시절부터 함께 해온 단골손님과 이곳에서 새로 인연을 맺게 된 손님들까지 더해지면서, 가게는 짧은 시간에 일정 궤도에 올랐다. 지금은 월 매출 6000만원을 찍는다. 한방약재가 더해진 맛에 반한 손님들은 절로 '본가 진미 간장게장'의 홍보대사가 된다.
"서울 마포에 2호점을 내려고요. 프랜차이즈업에 본격 진출해볼 생각도 하고 있죠.지금은 시작에 불과하죠. "
남편 황명산씨는 충남 대천의 광산에서 일을 했다. 결혼하고 3년만인 1989년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 장안동에 터를 잡고 슈퍼마켓을 열었다. 친척 중 한명이 장안동에서 포장마차를 하고 있던 터라, 도움을 많이 받았다.
1200만원으로 시작한 슈퍼마켓은 처음 장사를 해본 것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큰 돈을 만질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이 매달려 한 달에 200만원을 벌 때도 많았다. "딱 밥 먹고 살만한 수준이었다"는 유 사장은 2년여만에 슈퍼마켓을 접고 쌈밥집을 열었다. 당시 투자금이 4500만원. 여기저기 돈을 빌렸다. 그리고 2년만에 빚을 다 갚았다. 울산에서 공수해온 채소들로 풍성하게 차려낸 쌈밥 메뉴가 대박을 친 덕이다. 한 두달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한 달 순이익이 600만원에서 700만원을 넘기곤 했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할까. 쌈밥집이 본궤도에 슬슬 올랐을 때 남편 황명산씨의 건강에 적신호가 왔다. 신부전증으로 여러차례 병원 신세를 졌다. 급기야 이식 수술까지 받았다. "이젠 돈 벌 일만 남았다 싶었는데…. 도저히 혼자서는 식당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병 간호까지 하자니 엄두가 안났다"던 유잠숙 사장은 결국 눈물을 머금고 사업을 접었다. 그리고 꼬박 1년간 병수발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 장안동에 5명의 직원을 데리고 간장게장집을 열었다. 경험이 풍부한 쌈밥집을 할까 했지만, 이미 흔한 메뉴가 되버렸기에 과감히 포기했다. 그리고 당시 장안동에선 흔히 볼 수 없었던 간장게장집을 택했다. 당시 투자금이 2억 7000만원.
그간 모아뒀던 돈을 다 넣는 것인데다, 처음 해보는 메뉴다 보니 부담도 컸다. 여러모로 그때가 제일 힘든 시기였다. 한 차례 이식 수술을 받은 황씨가 부작용으로 재수술까지 받아야했다. 5년 여에 걸쳐 황씨가 건강을 되찾을 때까지 유 사장은 간장게장집과 남편 간호를 병행했다.
더욱이 게는 관리도 어렵고, 좋은 맛을 내기도 어렵다. 자칫잘못하면 너무 짜거나 비린 맛이 느껴질 수 있다.
이 두가지 어려움에서 역으로 유 사장의 성공 비결을 찾아낼 수 있다. 재료 관리와 사람 관리에 있어 유 사장은 주위에서 깜짝 놀랄 정도로 철저하다.
먼저 최고의 재료를 고집한다. 그간 냉동 꽃게를 쓰자는 유혹도 많이 받았지만 끄떡하지도 않았다. 과거 쌈밥집을 할 도 재료만큼은 엄격히 구매 관리했다. 당시 울산에 있는 친오빠에게 부탁해서 유기농 채소를 공수받았다.
사람 관리도 마찬가지. 지금 주방 일을 보고 있는 정순녀씨와는 10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장안동 시절부터 주방과 홀에서 호흡을 맞췄다. 아예 언니 동생하고 지내는 사이다. 심지어 유 사장이 1년여 쉴 때 정순녀씨까지 잠시 일을 접었을 정도다. 오늘의 간장게장 맛이 최고의 비율을 찾을 때까지 정순년씨와 함께 유 사장은 직접 다양한 한방 재료를 넣어가면서 밤을 수차레 새웠다. 지금 '진미 간장게장'의 짜지않으면서 싱싱한, 게맛을 살려낸 최고의 레시피는 이렇게 완성된 것.
마지막으로 예비 창업주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묻자 유 사장은 경험에서 우러난 충고를 들려준다. "어떤 길을 가든지 가게 문을 여는 순간 고생문이 열렸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사장님은 그 매장에서 제일 먼저 일을 시작해 제일 늦게 매장을 나서는 사람이라는 이야기. 더불어 요즘같은 불황기엔 쉽게 접할 수 있는 메뉴보다는, 다소 고가더라도개성있는 맛으로 승부를 걸라고 조언했다. "이 집에 와야지만 이 맛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손님들이 요즘엔 지갑을 연다"고 말한 유 사장은 "경기가 안좋을 때는 박리다매보다는 튀는 아이템이 성공에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