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다 꾸벅꾸벅 조는 아이, 그냥 피곤한 탓?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3-03-13 11:40


새 학년에 올라갔고 이제 공부 좀 하나 싶었는데 아이가 심상찮다. 책만 펼쳤다 하면 유난히 졸음을 못 견디는 것이다. 긴 방학 후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피곤한가 싶어 일찍 재워도 아침이면 늘 못 일어나고, 낮에도 꾸벅꾸벅 졸기 일쑤이다.

춘곤증인지 봄을 타는 것 같기도 하고, 하루 스케줄이 너무 벅찬 건 아닌가 걱정도 되고, 밤에 코 고는 소리도 심상치 않게 들린다. 그냥 공부하기 싫어 책 앞에서 조는 건가 의심스럽기도 하다.

봄 타는 아이, 피곤해하고 입맛도 기력도 없다

우선 춘곤증이라고 하면 따뜻한 봄날 꾸벅꾸벅 조는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한의학에서의 춘곤증은 좀 다르다.

봄이 되어 아이가 밥 먹는 것도 시원찮고 늘 피곤해하고 하품하거나 조는 일이 많다면 기력이 부족해진 탓인데, 이를 한방에서는 넓은 의미의 춘곤증으로 본다. 춘곤증이 생기면 아이는 밥맛을 잃고, 안 자던 낮잠을 자거나, 기운을 잃고 힘들어하며, 식은땀이나 코피를 흘리기도 한다.

또 한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거나 멍해지기도 하는데 이 역시 몸이 허약해져 나타나는 증세이다. 오장육부의 기능이 허약하면 생명이 움트는 계절에 아이는 성장의 기운을 따르지 못하고 봄을 타기도 한다.

강남 아이누리한의원 이훈 원장은 "기력이 떨어져 춘곤증으로 봄을 타는 아이, 잔병에 시달리는 아이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다. 봄은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 성장의 계절인데, 아이의 기력이 부족하면 왕성해진 신진대사를 뒷받침할 수 없어 성장의 기운을 펼치지 못하고 오히려 피로감 누적, 잦은 감기 등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한다.

조는 것이 오래 되었다면 코 건강도 살펴라


계절적 특성만 아니라면, 낮에 졸음이 오는 경우는 밤잠을 잘 못 잤거나 식곤증 때문인 경우가 많다. 만약 아이가 잠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도, 늘 피곤해하고 조는 일이 많다면 수면 습관을 점검해본다. 비염 축농증 등 콧병이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아이들은 코에 문제가 생겨 코막힘이 심하면 입으로 숨을 쉬게 되는데, 이것이 코를 골게 되는 원인이 된다.

입으로 호흡하면 편도와 기도로 드나드는 공기의 압력 때문에 목 주변의 편도가 부어 코골이가 심해지고 수면무호흡증에 시달리게 된다. 코막힘 때문에 입으로 호흡하게 되면 결국 호흡량이 줄고, 적어진 호흡량 탓에 몸속의 산소량 또한 부족해진다.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면 오래 누워 있더라도 깊이 잠들지 못하고 밤새 충분한 휴식이 어렵게 된다. 즉 양질의 수면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잠자리에 있는 시간이 길어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고, 낮에도 늘 피곤해하는 것이다.

강남 아이누리한의원 이훈 원장은 "환절기에는 심한 일교차와 차고 건조한 공기로 아이의 비염 증세가 더 심해질 수 있다. 황사와 미세먼지, 꽃가루 등도 호흡기를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 아이가 피곤해하면서 콧물, 코막힘, 재채기, 코골이, 코피, 코 가려움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이때는 비염 치료부터 선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기력 보충해야 봄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별다른 이상 증세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아이가 꾸벅꾸벅 졸고 피곤해한다면, 몸의 내부 어디에선가 알람이 울리는 것이다. 봄이 되면 나무에 따뜻한 기운, 물과 영양분이 필요하듯 아이의 몸 또한 충분한 보충으로 오장육부의 대사활동을 뒷받침해야 한다. 부족한 기와 혈을 북돋워 아이가 계절의 변화에 잘 적응하고 순조롭게 성장하도록 도와준다.

아이 입맛과 기력을 살리고 춘곤증도 이겨내려면 식탁부터 바꿔본다. 봄철에 가장 좋은 먹거리는 냉이, 달래, 씀바귀, 쑥, 미나리 등과 같은 봄나물이다. 봄나물은 나른해진 몸의 피로를 회복시키고, 떨어진 입맛을 돋우는 효과가 있다.

단백질, 칼슘, 철분이 많은 냉이는 소화제로 쓰일 만큼 위나 장에 좋다. 비타민 C가 특히 많은 것으로 유명한 달래는 피로 회복과 면역력 증강에 효과가 있다. 성질이 찬 미나리는 수분과 섬유소가 많아 적게 먹어 변비로 고생하는 아이라면 권할 만하다.

쓴맛이 나는 씀바귀와 쑥은 식욕부진인 아이에게 좋다. 쑥은 비타민 C가 많아 감기 예방에 좋고, 각종 비타민과 엽록소가 많아 각종 호흡기 질환, 알레르기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

과잉 학습으로 인한 만성 피로 떨쳐내려면

과도한 학습도 주의한다. 신체활동 없이 장시간 앉아 공부만 하면 우리 몸은 더욱더 움직이기 싫어하면서도 피곤한 몸이 된다. 이훈 원장은 "우리 몸은 적절히 활동할 때 기혈 순환이 원활해져 건강해진다.

과도한 학습으로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아이는 움직이기 싫어하고 하루 종일 잠을 자려고만 하는데, 잠을 오래 자고 누워서 쉴수록 피곤함이 사라지기는커녕 더 심해진다. 몸을 움직이지 않아 기가 정체해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만성 피로를 없애려면 아이 몸의 기혈이 잘 순환되도록 도와줘야 한다. 책상 앞에 앉아 있기보다 밖에서 줄넘기, 축구, 스트레칭 등 신체활동을 한다. 족욕을 하거나 피로 회복에 좋은 음식을 먹인다.

딸기, 토마토, 당근, 브로콜리 같은 과채, 김, 미역과 같은 해조류, 등푸른 생선이나 버섯, 콩 등이 좋다. 먹거리나 신체활동으로도 기력이 회복되지 않고 여전히 피곤해한다면 보약을 생각해본다. 봄철 한약에는 봄나물이 가진 효능과 비슷한 약재가 많다.

사인과 진피 등이 들어간 한약은 식욕부진을 해결하고, 인삼과 황기 등이 들어간 한약은 허해진 기운을 보강해 쉽게 피로해지지 않게 한다. 맥문동과 오미자 등이 들어간 한약은 잔병치레에 시달리지 않도록 면역력을 북돋운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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