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레스토랑 경력 6년차의 파스타 담당 셰프 김모 씨(40)는 프라이팬을 잡고 요리를 할 때 손목의 찌릿한 시큰거림과 통증을 가끔 느꼈다. 매일 요리를 하다 보니 손목에 무리가 간 것이라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설거지와 물건을 쥐고 잡을 때 마다 통증이 점점 더 심해졌다. 참다 못 한 김씨는 병원 찾았는데 '드 쾨르뱅 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엄지 쪽 손목의 찌릿한 통증
전문직 종사자라면 누구나 한 가지 정도 직업병을 갖고 있다. 셰프의 경우 프라이팬을 잡고 기울여가며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매일 요리를 하고, 칼질을 많이 하기 때문에 손과 손목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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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쾨르뱅 병의 통증은 서서히 혹은 급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으며 주로 손목에서 느껴지고, 전완부(팔꿈치 밑에서부터 손목까지의 뼈)로 올라가기도 한다. 대개 주먹을 쥐거나 물건을 잡고 쥘 때, 손목을 돌리거나 비틀 때 통증이 느껴진다. 산모들은 아기를 안을 때 통증이 심해진다. 통증 이외에 엄지 쪽 손목에 붓기가 나타나거나 이 부위에 낭종(물주머니)이 동반되기도 한다.
드물게는 엄지를 움직일 때 어딘가에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한 심해지면 힘줄 위에 놓인 신경을 자극해 엄지와 검지손가락의 손등 쪽이 저릴 수도 있다.
▲간단한 휭켈스타인 검사법으로 진단 가능
드 쾨르뱅 병의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엄지를 벌리고 오므리는 동작을 할 때 힘줄이 마찰되어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드 쾨르뱅 병의 진단은 휭켈스타인(Finkelstein) 검사법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휭켈스타인 검사법은 엄지손가락을 나머지 손가락으로 감싸 주먹을 쥔 상태에서 새끼손가락 쪽으로 손목을 젖히는 것이다. 이 때 심한 통증이 발생하거나 엄지손가락 쪽 손목을 누를 때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드 쾨르뱅 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손목과 엄지손가락 통증이 있을 경우 병원을 찾아 간단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인대가 두꺼워진 통로에서 힘줄이 눌려진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휴식과 약물치료, 뼈 주사로 증상 호전
드 쾨르뱅 병의 통증을 계속 방치하면 엄지를 잘 못쓰게 되는 관절염으로 진행되거나 관절 자체가 굳어버릴 수 있다.
그러나 드 쾨르뱅 병 환자의 대부분은 휴식과 간단한 약물치료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된다. 보통 한 번의 주사로 1~3개월 이상 증상이 가라앉는데 환자의 약 60%는 1~3회 주사 치료 시 완치된다. 만약 통증이 지속되거나 치료를 받았어도 2개월 이내에 재발하게 되면 수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동병원 김창우 대표원장은 "드 쾨르뱅 병은 일상생활에서 발병할 수 있고 또 쉽게 진단이 가능한 만큼 의심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드 쾨르뱅 병이 심한 경우에는 힘줄을 조이고 있는 통로를 절개하여 넓혀주는 수술이 필요하고 대부분 부분 마취하에 몇 분 이내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