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문화경영 활발 '고객 소통 늘린다'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12-11-06 11:05


최근 문화경영이 재계의 화두로 자리잡았다. 소비자를 직접 대면하는 기업은 기본, 기업을 주고객으로 잡고 있는 기업도 문화경영에 한창이다. 문화예술 활동에 앞장서는 첫 번째 이유는 문화예술 작품 하나가 직원 및 회사 분위기를 돋울 수 있기 때문. 사내 복도에 미술 조각품이 하나 서 있다면 휑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보다 정서적 휴식과 안정을 찾을 수 있다. 특히 경직된 사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소통을 원활하게 한다.

문화예술 후원활동에 나서는 이유는 또 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던 기업인 만큼 딱딱해 보일 수 있는 이미지를 친화적인 이미지로 전환을 꾀하는 게 가능하다.

일례로 오피스 솔루션(Output Solution) 전문기업 신도리코(회장 우석형)는 회사 내 복도벽면을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 본사뿐만 아니라 충남 아산 공장의 사무실 통로에 공통적으로 미술 작품을 전시하였는데, 일반인을 위한 갤러리가 아닌 오직 사내 직원과 방문객의 문화적 감수성을 채워주는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선대부터 내려온 전통으로 자리잡아 오늘날 신도리코의 기업 문화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2000년을 시작으로 올해로 49회를 맞은 신도리코 전시회는 두 달에 한번씩 주제가 변경되며 백남준, 박서보, 이강소, 전광영 등 국내 유명 작가를 비롯해 미국의 데미안허스트, 키스해링, 크리스토퍼, 프레일겐 등 해외 작가들의 작품까지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신도리코 복도는 사내 명소로 자리 잡은지 오래로 직원들의 정신적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물론 자칫 삭막해질 수 있는 사무실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신도리코 홍보실 박선영 팀장은 "1999년 서울 본사 리노베이션시 갤러리가 처음 생겼다. 당시 우석형 회장께서 기업의 미래 경쟁력은 문화라고 말씀하셨다"라고 설명하며 "신도리코 전시회는 사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환기시키고 직원들의 창의적인 발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LG화학의 경우 극단 타루와 함께 군 장병들을 직접 찾아가 수준 높은 뮤지컬을 선보이며 새로운 병영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LG화학이 찾아가는 메세나 '뮤지컬 홀리데이'를 시작한 것은 6년 전으로, 국내 대표 화학기업으로서 예술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고민하다 국악뮤지컬극단 '타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후원에 나서고 있다.

타루는 지상파 방송 등을 통해 일반에 널리 소개되면서 광주비엔날레,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등으로부터 초청 제의를 받아 꾸준하게 공연을 진행해 왔다. 젊은 군 장병들을 위해 공연을 개최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지만 극단만의 힘으로 군 장병들을 위해 무상으로 여러 차례 공연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사연을 접하게 된 LG화학이 선뜻 손을 내밀며 LG화학과 타루의 아름다운 동행이 시작됐다. LG화학 CHO(최고인사책임자) 육근열 부사장은 "군 장병들을 위한 문화예술 활동이 거의 전무해 군인들의 정서가 많이 메말라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메세나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육 부사장은 "국방의 의무를 위해 젊음을 바치고 있는 군 장병들의 병영 문화를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그들이 곧 LG화학의 잠재 고객이라는 점에서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큰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STX조선해양은 경남 지역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가장 많이 하는 기업 중 하나다. 수도권에 비해 문화예술 부문 발전이 더딘 지역 현실을 감안, 지역 문화예술행사나 중소 관련 단체를 적극 후원함으로써 지역 문화예술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정통 클래식 공연 후원이 대표적인 예다. STX는 경남 팝스오케스트라, 창원 소년소녀합창단 안젤루스 등의 단체와 결연을 맺고 후원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또 진해의 대표적 지역 축제인 군항제 때 열리는 '진해 관악축제 페스티벌'에 경남메세나 협의회를 통해 매년 후원금을 전달한다. 매년 전 직원과 가족들이 함께 뮤지컬을 관람하고 사내 음악회와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는 등 문화경영도 적극 실천 중이다. STX조선해양은 이를 바탕으로 2009년 12월 사단법인 경남메세나협의회가 주최한 경남 메세나대회에서 지역 문화예술을 진흥시킨 공로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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