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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의 난'에 이어 숙질간 지분 매입 경쟁?
허일섭 회장과 아내 최영아씨도 지속적으로 녹십자홀딩스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올해 들어 허 회장은 19회, 최 씨는 2회에 걸쳐 주식을 샀다. 허 회장은 지난 20일과 21일에도 각각 560주와 2910주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허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11%를 넘어서게 됐다. 허일섭 회장은 고 허채경 한일 시멘트그룹 창업주의 5남이다. 차남인 고 허영섭 회장은 2009년 타계했다. 녹십자는 1967년 설립된 수도미생물약품판매를 모태로 두 형제가 함께 키워 온 그룹.
이처럼 허일섭 회장 일가가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 고 허영섭 전 녹십자 회장 일가 또한 손놓고 있지는 않았다. 허은철 녹십자 부사장과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부사장도 지속적으로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이 결과, 이들의 녹십자홀딩스 지분은 각각 0.77%와 0.65%에서 1.25%와 1.22%로 늘어났다.
한때 재계에 무수히 많은 뒷이야기를 만들어냈던 이 모자간 법정 공방은 2009년 허영섭 회장이 눈을 감으면서 시작된다. 상속에서 장남이 제외된 유언장이 발단이었다.
당시 허성수 전 부사장은 부친이 장남인 자신을 제외한 가족 및 복지재단에게 재산을 나눠준다는 내용의 유언이 무효라는 유언무효확인 청구 소송를 냈다. 허성수 전 부사장은 "아버지가 인지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어머니의 의사에 따라 일방적으로 유언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2심까지 승리한 정인애씨 측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대법원도 정인애씨의 손을 들어준다면, 정씨와 허성수 전 부사장의 두 동생인 은철과 용준은 155만주를 상속받게 된다. 이는 판결이 나면 바로 집행되고, 이들의 지분율은 무려 7%대로 높아진다.
여기에 고 허영섭 회장이 사회복지 법인에 남긴 9.9% 지분의 향배도 현재로선 명확치 않은 상황. 더불어 지분 3.45%를 보유하고 있는 박용태 녹십자홀딩스 부회장이나 허남섭 서울랜드 회장의 딸 허정미 씨(3.15% 보유) 등의 '입장'도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이들이 어떻게 손을 잡느냐에 따라 그룹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세력 판도가 급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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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녹십자 측은 "허일섭 회장 등의 지분 매입은 그룹 차원과는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 관계자 또한 "이번 지분 변동은 지극히 미미하다. 경영권과 연관 짓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허 회장과 은철 용준 형제는 아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전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