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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의 난' 벌인 녹십자, 이번엔 주요 주주들 지분 변동 "왜?"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12-09-26 16:06


허일섭 녹십자 회장(사진)의 세 자녀가 최근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 주식을 사들였다. 이같은 녹십자 주요 주주들의 미묘한 지분 매입을 둘러싸고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캡처=녹십자 홈페이지

'모자의 난'에 이어 숙질간 지분 매입 경쟁?

녹십자 주요 주주들이 바쁘다. 2009년 허영섭 회장이 타계한 뒤 장남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이 어머니 정인애씨와 법정공방을 벌인데 이어, 최근엔 삼촌 조카간 지분 확대 움직이 빨라지고 있는 것.

최근 전자공시에 따르면, 허일섭 녹십자 회장의 자녀들이 녹십자그룹의 지주회사인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매입했다. 진성 진훈 진영, 세 자녀는 각각 400, 1310, 1430주를 사들였다.

허일섭 회장과 아내 최영아씨도 지속적으로 녹십자홀딩스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올해 들어 허 회장은 19회, 최 씨는 2회에 걸쳐 주식을 샀다. 허 회장은 지난 20일과 21일에도 각각 560주와 2910주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허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11%를 넘어서게 됐다. 허일섭 회장은 고 허채경 한일 시멘트그룹 창업주의 5남이다. 차남인 고 허영섭 회장은 2009년 타계했다. 녹십자는 1967년 설립된 수도미생물약품판매를 모태로 두 형제가 함께 키워 온 그룹.

이처럼 허일섭 회장 일가가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 고 허영섭 전 녹십자 회장 일가 또한 손놓고 있지는 않았다. 허은철 녹십자 부사장과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부사장도 지속적으로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이 결과, 이들의 녹십자홀딩스 지분은 각각 0.77%와 0.65%에서 1.25%와 1.22%로 늘어났다.

이번 허일섭 회장 일가의 지분 매입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앞서 언급된 '모자의 난'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면 지분 변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때 재계에 무수히 많은 뒷이야기를 만들어냈던 이 모자간 법정 공방은 2009년 허영섭 회장이 눈을 감으면서 시작된다. 상속에서 장남이 제외된 유언장이 발단이었다.

당시 허성수 전 부사장은 부친이 장남인 자신을 제외한 가족 및 복지재단에게 재산을 나눠준다는 내용의 유언이 무효라는 유언무효확인 청구 소송를 냈다. 허성수 전 부사장은 "아버지가 인지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어머니의 의사에 따라 일방적으로 유언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2심까지 승리한 정인애씨 측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대법원도 정인애씨의 손을 들어준다면, 정씨와 허성수 전 부사장의 두 동생인 은철과 용준은 155만주를 상속받게 된다. 이는 판결이 나면 바로 집행되고, 이들의 지분율은 무려 7%대로 높아진다.

여기에 고 허영섭 회장이 사회복지 법인에 남긴 9.9% 지분의 향배도 현재로선 명확치 않은 상황. 더불어 지분 3.45%를 보유하고 있는 박용태 녹십자홀딩스 부회장이나 허남섭 서울랜드 회장의 딸 허정미 씨(3.15% 보유) 등의 '입장'도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이들이 어떻게 손을 잡느냐에 따라 그룹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세력 판도가 급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허일섭 회장 일가의 지분 매입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라는 분석도 가능해진다.

이와 관련 녹십자 측은 "허일섭 회장 등의 지분 매입은 그룹 차원과는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 관계자 또한 "이번 지분 변동은 지극히 미미하다. 경영권과 연관 짓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허 회장과 은철 용준 형제는 아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전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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