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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그룹의 시작은 작은 보세 옷가게였다.
하지만 어느 때부턴가 이랜드는 생산 결과물보다는 기업 M&A로 더 이름을 날렸다. 업종과 상관없이 문어발 확장을 하던 이랜드그룹이 최근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 본사 인수를 노린다는 소식에 업계 관계자들은 또한번 놀랐다.
국내판권과는 관계가 없다. 라푸마는 국내에서 LG패션이 이미 판매중이다. 이랜드는 라푸마 본사를 인수, 향후 중국시장 진출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놀라움 반, 우려 반이다. M&A 횟수가 많아지고 규모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빚이 는다. 덩치키우기와 모기업의 재무구조 악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1995년 켄싱턴호텔 인수를 시작으로 뉴코아를 6000억원이 넘는 돈에 사들이고 한국까르푸 역시 1조70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주로 외부 자금 펀딩으로 덩치를 키우는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한국까르푸를 홈에버로 변신시킨 이랜드는 이후 노조와의 갈등과 재무부담 등으로 홈에버를 매각했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듯 했지만 2년전부터 다시 인수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탈리아 신발의류업체인 라리오, 벨페, 가방브랜드 만다리나덕, 패션브랜드 코치넬리와 록캐런오브스코틀랜드 등 해외 유명 업체들을 인수했다. 지난해 엘칸토, 광주 밀리오레도 샀다. C&우방랜드, PIC사이판, 팜스리조트에 이어 미국 신발업체 CBI와 메이저리그 구단인 LA다저스 인수에도 뛰어들었지만 이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근에는 쌍용건설에도 눈독을 들인 바 있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발전을 강조하는 기업인으로 유명하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랜드그룹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의, 식, 주, 휴, 미, 락 등 6가지 모든 삶의 테마를 다루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옷 중심의 그룹 이미지에서 탈피하겠다는 말을 앞머리에 써놨다. 사업 다각화는 이랜드에 있어 일종의 '강박관념(?)'이다.
과도한 몸집 불리기의 역효과가 없을 순 없다. M&A를 주도하는 이랜드리테일의 부채비율은 작년말 200%를 넘었다. 특히 그룹의 사업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이랜드월드는 해외투자를 포함해 레버리지를 늘리는 방식으로 직간접 투자를 확대했다.
국제회계 연결기준으로 지난해말 총 차입금은 3조1719억원, 총 자산 5조8268억원의 잘반 이상이 부채다. 지난해 부채비율 291%에서 올해는 408%로 크게 늘었다. 올해 순차입금만도 1조원이 넘는다. 연평균 이자비용만도 500억원 이상이다.
이랜드그룹은 지속적인 발전 대안으로 폭발적인 중국시장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이랜드는 분명 현금동원능력이 있다. 중국시장 선점이라는 측면에서 패션과 리조트 사업 등은 전혀 무관하다 할 수 없다"며 긍정적인 측면을 언급했다. 하지만 무차별 확장이 오히려 설자리를 잃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인수 자금원으로 이랜드패션 차이나홀딩스의 성공적인 홍콩상장을 기대하고 있지만 기업의 미래 실가치 판단을 두고 장밋빛만 존재하진 않는다. 이랜드측은 라푸마 본사 인수와 관련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은 이랜드그룹이 자금압박을 받게 되면 이런 저런 부담이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또는 소상공인을 향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랜드 그룹의 유통 자회사들은 입점 매장의 판매수수료율 인상과 매장내 노른자위 상권에 대한 직영화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한국경제의 화두로 떠오른 경제민주화, 상생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