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규환(阿鼻叫喚). 이동통신시장의 분위기가 딱 이렇다.
논란의 중심엔 LG유플러스가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최근 대리점을 중심으로 현금 사은품을 지급하며 가입자 유치에 나섰다. 스마트폰을 취급하는 판매점, 대리점을 중심으로 온라인 판매를 통해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할 경우 90~100만원 가량의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물론 그냥 주는 것은 아니다. 번호이동을 할 경우에만 적용된다. 구매자는 번호이동을 통해 최신형 스마트폰과 현금을 손에 쥐는 게 가능하다.
사례로 보면 이해가 쉽다. 최근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내놓은 최신형 스마트폰의 가격은 평균 90만원. 번호이동을 통해 LG유플러스에 가입할 경우 최소한 스마트폰을 공짜로 구매할 수 있다. 100만원을 받는다면 10만원이 남는다. 일부판매점의 경우 106만원의 현금을 내거는 곳도 등장했다. 스마트폰 기기값을 할부로 납입할 경우 100만원 가량의 목돈을 만지는 것도 가능하다. LG유플러스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현금 사은품을 지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일부 대리점의 문제"라고 딱잘라 말한다. 본사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KT가 8월 중순부터 과다한 리베이트를 지급하며 과열 양상을 띤 것으로 알고 있다"며 "KT는 8월에 이어 9월에도 SK텔레콤, LG유플러스 대비 10~20만원(갤럭시S3 기준)의 리베이트를 더 지급하고 있던 상황"이라며 하소연 했다.
그는 또 "판매점과 대리점의 문제를 본사 차원의 조직적 문제로 봐선 안된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LG유플러스의 판매점이나 대리점이 자체적으로 현금 사은품을 지급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금 제공이 가능하도록 지원을 하지 않고선 자체적으로 움직이기 힘들다는 거다. LTE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이동통신시장에서 만년 꼴찌를 탈출한 상황에서 KT의 추격이 만만치 않자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을 꼽기도 했다.
실제 SK텔레콤과 KT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LG유플러스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다. 각종 할인을 제공,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현금 사은품 대신 스마트폰 가격 할인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차이다. 번호이동 고객을 대상으로 90만원대의 갤럭시S3를 17만원에 판매하는 형태를 통해 가입자 수를 늘리고 있다. 치열한 할인 유치 덕분에 혜택이 최고조에 달했던 7일부터 11일 사상 최대 규모 번호 이동이 일어났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11일 번호 이동 건수는 8만건. 평소 대비 3배가 넘는 규모다. 가입자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개통이 지연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나섰다. 10일 이동통신3사 마케팅 담당자를 불러 구두 경고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현금 사은품 등 과당 경쟁을 개선되지 않으면 현장 조사에 착수한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치가 시장 안정을 이끌어 낼 지는 미지수다. 가입 유치 경쟁을 벌이다 보면 현금 사은품의 등장은 불가피 하다. 기존 구매자 보호와 구매 예정자의 안전한 휴대폰 거래를 위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선행돼야 한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보조금 지급 등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며 "통신사간 가입자 유치가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정부의 엄격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