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재생불량성빈혈과 만성신부전 동시 치료 최초 성공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2-04-19 13:19


난치성 혈액질환인 재생불량성빈혈과 만성신부전을 앓고 있는 환자를 동시에 치료하는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병원장 황태곤 교수) 장기이식센터 신장이식팀 양철우(신장내과)·문인성(이식외과),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이종욱 교수팀은 재생불량성빈혈을 치료 받던 중 신장기능이 저하돼 만성신부전으로 발전한 곽모씨(여·34)를 신장이식과 면역억제요법으로 동시에 호전시켰다.

곽씨는 2008년 12월 병원에서 만성신부전을 진단받았으나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고 지냈다. 입맛이 없고 몸도 늘 무거웠지만 단지 피곤해서 그러려니 하며 넘겼다.

그러던 중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수시로 코피가 터졌다. 몸에 멍이 들면 일주일이 넘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증상이 심해 찾은 병원에서 2009년 6월 재생불량성빈혈을 진단받고 8개월 동안 입원했다.

재생불량성빈혈은 골수세포의 기능이 감소하고 골수조직이 지방으로 대체되면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모두가 감소하는 질환이다. 중증인 경우 1년 내에 약 반수의 환자들이 감염 또는 출혈로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곽씨는 혈소판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져 일주일에 두세 번씩 혈소판을 맞아야 했다. 계속된 수혈로 감염과 당뇨, 심부전 등의 수혈 관련 합병증까지 염려되어 조혈모세포이식이 필요한 상태였다.

이런 힘든 투병생활 중 설상가상으로 신장 기능이 나빠져 약으로만은 치료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결국 2010년 9월부터는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복막투석을 시작했다.

적혈구 및 혈소판 수혈과 복막투석만으로는 지낼 수 없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악화되자,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은 신장이식과 조혈모세포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조직형이 일치하는 공여자를 찾아나섰다. 하지만 쉽지 않아 유전 형질이 50% 일치하는 어머니를 공여자로 정하고 두 가지 이식수술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기로 계획했다.


문제는 신장이식과 골수이식 중 어느 수술을 먼저 하는 것이 환자에게 안전할지였다. 골수이식수술의 성공률은 70%나, 이는 신장기능이 정상인 환자일 경우.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골수이식 시 충분한 약제를 투입하지 못해 면역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없기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복막투석시 사용되는 도관을 통한 감염의 위험도 매우 높았다.

한편 신장이식 수술을 먼저 할 경우 출혈이 가장 큰 문제다. 정상인 사람의 혈소판이 15만 여개정도이나 곽씨의 혈소판은 5000여개. 신장을 절제할 때 혹은 혈관을 연결할 때 출혈이 발생하면 환자의 생명이 위독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조혈모세포이식센터의 혈액내과, 장기이식센터의 이식외과-신장내과 등 많은 의료진이 수차례의 협진회의로 각각의 이식에 대한 합병증을 논의했다. 그 결과 신장이식을 먼저 하고, 이식신장기능이 안정되면 조혈모세포이식을 하는 것이 환자에게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1월 신장이식 수술은 순조롭게 진행돼 곽씨는 신장이식 후 일주일 내에 출혈의 합병증 없이 신장 기능을 회복했다. 당시 수술을 집도한 이식외과팀의 문인성 교수는 "출혈이 없는 완벽한 혈관수술을 위하여 의료진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후 조혈모세포이식 수술을 준비하고 있던 중 적혈구 및 혈소판을 추가로 투여하지 않아도 지낼 수 있을 정도로 골수기능이 서서히 회복되었다. 이식 후 3달이 경과한 현재 수혈 없이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고 있다.

조혈모세포이식센터장 이종욱 교수는 "신장이식 수술 후 혈액 수치가 서서히 회복되어 현재는 조혈모세포이식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골수기능이 회복되었다"며 "이는 신장이식수술 후 골수에 해로운 요독증이 사라지고, 거부반응 예방을 위해 투여한 면역억제제가 재생불량성빈혈 치료에도 효과를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하였다.

장기이식센터장 양철우 교수는 "두 가지 난치성 질환을 동시에 가진 환자의 이식수술이라 위험부담이 높았으나 의료진들의 긴밀한 협진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성모병원은 2010년 급성골수성백혈병과 만성신부전을 함께 앓은 환자에게 성공적인 신장이식, 2002년 만성골수성백혈병과 간경변증을 동시에 갖고 있는 환자에게 간이식 등 고난이도 장기 이식 수술을 성공한 바 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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