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회삿돈 횡령 및 비자금 조성 공판에 임하면서 암초를 만났다.
비타에듀가 최태원 회장 공격에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대기업이 학원사업을 하고 있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비타에듀는 지난 2010년 SK컴즈가 일부 지분을 보유한 청솔학원이 인기강사를 빼내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를 내세워 피해보상도 요구하고 있다. 비타에듀가 추산하는 피해규모는 1000억원대. 문상주 비타에듀 회장은 최태원 회장 재판 때 서울중앙지방법원 입구에서 "SK가 온라인 학원 사업에 진출해 막대한 손해를 봤다"고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SK측은 당시 문상주 비타에듀 대표를 집시법 위반으로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SK커뮤니케이션(이하 SK컴즈)은 고발장을 통해 "문상주 대표가 SK컴즈를 압박해 부당이익을 받아내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청사 구내, 청사 건물 복도 등에서 불법시위를 펼쳤다"고 밝혔다. 학원사업에 대한 SK의 의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리한 요구와 비방을 하고 있다고 했다.
SK는 SK컴즈를 통해 지난 2006년 이투스교육을 인수했지만 2009년 청솔학원에 사업을 매각했다. SK컴즈의 정관에서도 교육사업을 삭제했다. 교육사업 철회를 선언한 셈.
다만 SK컴즈는 매각 당시 자금여력이 부족했던 청솔학원으로부터 매각대금의 일부를 전환사채(지분 16%)로 받았다. 비타에듀가 SK의 학원사업을 문제 삼는 근거다.
최근 SK측은 SK컴즈가 보유한 청솔학원 지분에 대해 공개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다.
사정이 이럴진대 이번 일련의 고발사태와 관련해 SK측이 비타에듀측과 물밑 접촉을 통해 합의를 시도, 눈길을 끌고 있다. 계열사 임원과 법무팀 직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 그것도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계열사 임원이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SK그룹의 특정 계열사 사장과 부사장이 합의를 위해 '읍소'를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재계에선 SK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최 회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행동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부정적 여론에 떠밀려 좋지않은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총수가 횡령과 비자금 의혹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재판과 관련 없는 일까지 더해져 논란이 일게 되면 회사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SK측은 비타에듀와의 접촉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전혀 들어본 바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한다.
SK그룹 관계자는 "고발을 해놓은 마당에 합의에 나서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수차례의 확인 질문에 "계열사 임원이 비타에듀와 접촉 했는지 여부는 알 수가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 10일 재개된 최태원 회장의 공판에선 비타에듀 관계자의 소란이 없었다. SK측의 접촉 때문인지, 집시법 고발로 인한 부담 때문인지는 명확치 않다. 최 회장이 수백억대의 횡령, 바지금 의혹 공판이 계속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SK측과 비타에듀의 '논란'이 어떻게 막을 내릴지 지켜 볼 일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