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전도사 최훈의 재미있는 와인 이야기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2-01-17 15:20


보르도와인 아카데미 최훈 원장

◆'와인과 안주' 환상의 하모니

와인을 마실 경우 흔히 안주를 곁들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와인 병을 오픈하고 첫 잔을 들 때, 대부분 안주보다 먼저 와인을 마시기 마련이다. 이때 입안에서 느끼는 첫 맛은 그리 탐탁치가 않다. 특히 레드 와인의 경우가 그렇다. 떫은맛, 신맛이 그대로 전해 오는 느낌이다. 비록 좋은 와인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을 때에도 예외는 아니다. 입안은 그저 강한 신맛을 먼저 받아들일 뿐이다.

헌데 한 모금 후, 곧장 안주 한 두 점을 오물거리고 다시 와인 잔을 기울이면 희한하게도 그 맛이 확 달라진다. 한결 깊고 유순하며 감미로운 느낌마저 받게 되는 것이다.

대체 무슨 조화일까? 이는 바로 와인과 침이 한데 어우러진 신비의 화학작용 때문이다.

레드 와인의 본질은 탄닌이다. 이는 포도의 씨, 껍질 등에 함유된 안토시니안과 페놀릭이 발효를 통해 추출되면서 한데 합성돼 만들어진 물질이다. 기본적으로 떫은맛을 띤다.

와인의 또 다른 성분은 산(酸)이다. 이는 곧 신맛을 낸다. 이에 더해지는 알코올은 원래 단맛을 지닌다.

따라서 와인에는 약간의 단맛과 떫은맛, 신맛 등이 함께 배어 있다. 이들 성분은 사람의 입에서 때론 거칠고 떫은맛으로, 또 강한 신맛으로, 그리고 부드럽고 유순한 맛 등 오묘한 미각으로 다가온다.

일단 와인을 마시면 알코올과 탄닌이 먼저 침샘에 영향을 미친다. 침의 윤활유 역할이 사라지며 동시에 입안이 마른다. 이 상태에서 안주, 특히 신맛의 음식을 들게 되면 침의 분비량이 늘게 된다. 아울러 침 속에 들어 있는 점성의 당 단백질이 와인 맛에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안주 없이 첫 잔의 와인을 들다가 음식을 곁들인 후 와인을 마시게 되면 입안은 넉넉한 침으로 인한 윤활 작용을 받아 와인이 한결 유순하고도 감미로운 풍미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흔히들 와인을 '테이블 와인'이라고도 하다. 바로 식탁에서 좋은 음식을 곁들여 마신다는 뜻이다. 그리고 와인과 음식의 결합 '마리아주(mariage)'도 들먹인다. 와인의 제 맛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음식(안주)이 곁들여 져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글·최훈(보르도와인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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