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지리산자락에서는 신나는 잔치마당이 한창이다. 전북 남원시 운봉읍에서 펼쳐지는 '제1회 지리산 남원 바래봉 눈꽃축제'가 그것이다.
삼남지방에서 눈꽃축제라? 뜻밖의 테마다. 하지만 축제의 반응은 뜨겁다. 지리산의 겨울 묘미를 맛보고자 하는 이들이 줄지어 찾고 있기 때문이다. 운봉읍은 비록 남부지방에 위치하고 있지만 해발 500m이상의 고원지대로 강원도 못지않은 겨울 적설량을 지니고 있다. 축제가 펼쳐지는 허브밸리 주변 눈썰매장과 하얀 빙벽에서는 추위를 잊은 내방객들이 한겨울의 낭만에 흠뻑 빠져들고, 설국으로 변신한 바래봉 정상 트레킹 코스는 지리산 겨울의 매력을 맛보려는 트레커들이 줄지어 찾고 있다.
운봉(지리산)=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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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 펼쳐지고 있는 한 편의 겨울축제가 화제다. 지난 6일부터 2월 25일까지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 지리산 바래봉 자락 아래 하얀 설원에서열리는 '제1회 지리산 남원 바래봉 눈꽃축제'가 그것으로, 삼남지방에서 눈꽃 잔치가 벌어지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지구 온난화 여파로 중부지방의 겨울축제도 여의치 않은 마당에 남부지방에서 '눈꽃축제'라니 대단한 모험이다. 때문에 인근 영호남 주민은 물론, 충청도 사람들까지 '남쪽나라'에서 펼쳐지는 눈꽃잔치에 잔뜩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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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기획한 운봉읍 양인환 계장은 "운봉읍에서는 봄이면 '바래봉철쭉제', 여름에는 '황산대첩제', 가을엔 '허브축제'를 열어왔다"며 "올겨울 '눈꽃축제'를 펼치게 돼 명실 공히 4계절 이벤트를 가진 저력 있는 관광 고장의 기반을 갖추게 됐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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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주 남원시장은 "남원은 건강한 겨울을 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지닌 고장"이라며 "올겨울 국민여러분께서 우리 고장을 찾아 따뜻한 인정, 지리산의 청정 자연미에 흠뻑 매료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축제문의: (063)635-0301
천상의 설원을 걷는다 '바래봉 눈꽃트레킹'
눈꽃축제가 펼쳐지는 운봉읍 허브밸리는 바래봉 트레킹 코스의 초입에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한 번의 축제장 나들이로 '겨울축제'와 '눈꽃트레킹'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좋다.
바래봉 눈꽃 트레킹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길만한 코스로 그다지 어렵지 않다. 등산로가 잘 닦여진 데다 곳곳에 멋진 설경이 이어져 지루할 겨를도 없다. 특히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느릿하게 올라도 2시간 30분 남짓이면 정상을 밟을 수 있어 반나절 발품으로 지리산의 눈꽃 세상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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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봄철 최고의 철쭉 명산은 겨울이면 또 다른 천상의 화원으로 변신한다. 꽃과 잎을 떨궈낸 철쭉군락과 구상나무 등 침엽수에는 하얀 눈꽃이 피어올라 또 다른 순백의 매력을 발산한다. 이처럼 멋진 광경은 트레킹코스 동안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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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붉은 철쭉이 펼쳐진 개활지는 설원으로 변신해 있다. 운봉읍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옛 면양목장(현 가축유전자시험장)이 읍전경과 어우러져 시원스런 풍광을 자아낸다. 하지만 목가적 풍광을 담아내는 가축유전자시험장은 관광산업 측면에서 보자면 운봉읍 사람들에게는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가축유전자시험장 탓에 아름다운 철쭉 군락 조성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이다. 노약자들도 쉽게 철쭉을 감상할 수 있던 바래봉 아랫녘 철쭉군락이 최근 몇 년 사이 다른 식물 군락에 의해 크게 잠식되고 있음에도 주민들은 이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처지라는 것이다. 철쭉군락지가 유전자시험장 안에 묶여 있어 외부인 출입금지, 손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트레킹 길에서 만난 지리산북부산악구조대 김상태 대장(50)은 "지금의 가축유전자시험장을 1970년대 초반 주민들에게 헐값(평당 10원)에 매입한 만큼 운봉의 관광명소화를 위해서라도 유전자시험장측에서 철쭉군락지 보호에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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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곳곳에서 발견되는 구상나무 군락은 스노몬스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멋진 자태를 뽐낸다. 늘씬한 낙엽송 군락 또한 한 폭의 펜화를 담아내는 듯 순백의 섬세한 자태가 멋스럽다.
바래봉 정상.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지만 사방에 펼쳐진 눈꽃 세상은 환상 그 자체다. 바래봉은 지리산 전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 포인트로도 통하는 곳이다. 동쪽의 천왕봉에서 서쪽의 노고단에 이르는 지리산 주능선 전체가 파노라마처럼 전개된다. 맑은 날 산 능성이 그리메를 좇다보면 멀리 덕유산 향적봉, 장수 팔공산 등 명산의 주봉들을 두루 섭렵할 수 있다. 봄이면 화사한 철쭉 군락이 이뤄낸 환상의 꽃밭은 산정의 하얀 눈꽃정원으로 변신해 한겨울의 또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여행메모
가는 길=대전 통영고속도로~함양~88고속도로 지리산 IC~운봉읍~바래봉/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완주-순천고속도로 북남원 IC~운봉~바래봉
미식거리=남원의 별미거리로 추어탕만 있는 게 아니다. 지리산 흑돼지도 이에 못지않다. 고랭지 선선한 기후에서 키워낸 토종돼지의 육질은 고소하면서도 탄력 있는 옛 풍미를 간직하고 있다. 운봉읍 소재 황산토종 정육식당이 맛집으로 통한다. 구이, 뼈다귀탕, 옛날식 순대로 끓인 순대국밥도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