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 '남원 운봉'으로 떠나는 겨울여행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2-01-10 15:20


올겨울 지리산자락에서는 신나는 잔치마당이 한창이다. 전북 남원시 운봉읍에서 펼쳐지는 '제1회 지리산 남원 바래봉 눈꽃축제'가 그것이다.

삼남지방에서 눈꽃축제라? 뜻밖의 테마다. 하지만 축제의 반응은 뜨겁다. 지리산의 겨울 묘미를 맛보고자 하는 이들이 줄지어 찾고 있기 때문이다. 운봉읍은 비록 남부지방에 위치하고 있지만 해발 500m이상의 고원지대로 강원도 못지않은 겨울 적설량을 지니고 있다. 축제가 펼쳐지는 허브밸리 주변 눈썰매장과 하얀 빙벽에서는 추위를 잊은 내방객들이 한겨울의 낭만에 흠뻑 빠져들고, 설국으로 변신한 바래봉 정상 트레킹 코스는 지리산 겨울의 매력을 맛보려는 트레커들이 줄지어 찾고 있다.
운봉(지리산)=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봄이면 환상의 꽃밭이 펼쳐지는 바래봉 주변은 한 겨울엔 하얀 설화(雪花)가 곱게 피어나는 '천상의 화원'으로 변신한다.
◆지리산자락의 개마고원 '운봉'으로 떠나는 눈꽃기행

이즈음 펼쳐지고 있는 한 편의 겨울축제가 화제다. 지난 6일부터 2월 25일까지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 지리산 바래봉 자락 아래 하얀 설원에서열리는 '제1회 지리산 남원 바래봉 눈꽃축제'가 그것으로, 삼남지방에서 눈꽃 잔치가 벌어지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지구 온난화 여파로 중부지방의 겨울축제도 여의치 않은 마당에 남부지방에서 '눈꽃축제'라니 대단한 모험이다. 때문에 인근 영호남 주민은 물론, 충청도 사람들까지 '남쪽나라'에서 펼쳐지는 눈꽃잔치에 잔뜩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리산 자락 운봉읍은 해발 500m에 자리한 고원지대다. 비록 남부지방에 속하지만 한겨울 추위는 강원도 산골 못지않다. 눈도 많이 내리고 한 번 내린 눈은 좀처럼 녹지 않는다. 때문에 '삼남의 개마고원'이라는 별칭이 따라붙을 정도다. 주민들은 고장의 이 같은 기후 여건을 십분 고려해 이번 겨울축제를 벌이기로 했다


눈썰매장
운봉읍애향회(회장 안선호)는 바래봉 눈 경관을 활용, 허브밸리 주차장 일대에 눈꽃축제장을 마련했다. 차량 700대가 들어설 수 있는 규모의 주차장 주변에 눈썰매장(슬로프 95m)과 얼음썰매장을 조성했다. 눈사람과 얼음 조형물-이글루(얼음집)도 자리를 잡았다. 지리산산악구조대는 높이 6m의 폭포 빙벽을 세워 다이내믹한 겨울 레포츠 도전도 가능케 했다. 뿐만 아니다.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민속 체험거리도 가득하다. 군고구마를 구워먹고, 너른 눈밭에서 신나게 눈싸움도 즐길 수 있다. 애향회는 축제기간 산악인 손영조(28일)-오은선(2월 중)씨를 초청, 이들과 함께하는 바래봉 눈꽃 등반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눈사람 전시장
축제장에는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쫄깃 고소한 지리산 흑돈과 허브, 곱게 말린 산나물과 파프리카 등 고랭지역의 청정 농산물을 맛보고 구입할 수 있는 장터도 운영 중이다.


축제를 기획한 운봉읍 양인환 계장은 "운봉읍에서는 봄이면 '바래봉철쭉제', 여름에는 '황산대첩제', 가을엔 '허브축제'를 열어왔다"며 "올겨울 '눈꽃축제'를 펼치게 돼 명실 공히 4계절 이벤트를 가진 저력 있는 관광 고장의 기반을 갖추게 됐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빙벽장
이번 운봉의 겨울 눈꽃축제는 작은 시골 읍 단위에서 여는 잔치치고는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첫 주말 유료 입장객이 5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때문에 평소 조용한 겨울을 나던 운봉읍은 요즘 왁자지껄, 생기가 넘쳐난다. 축제장에 펼쳐진 눈썰매장, 얼음썰매장에서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거대한 빙벽 체험 장에서는 추위를 잊은 내방객들이 한겨울의 낭만에 흠뻑 빠져 드는 모습이다. 특히 봄이면 현란한 철쭉 화원이 펼쳐지는 바래봉 주변은 이즈음 하얀 설화가 곱게 피어올라 지리산 겨울의 묘미를 즐기려는 트레커들이 줄지어 찾고 있다.

이환주 남원시장은 "남원은 건강한 겨울을 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지닌 고장"이라며 "올겨울 국민여러분께서 우리 고장을 찾아 따뜻한 인정, 지리산의 청정 자연미에 흠뻑 매료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축제문의: (063)635-0301

천상의 설원을 걷는다 '바래봉 눈꽃트레킹'

눈꽃축제가 펼쳐지는 운봉읍 허브밸리는 바래봉 트레킹 코스의 초입에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한 번의 축제장 나들이로 '겨울축제'와 '눈꽃트레킹'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좋다.

바래봉 눈꽃 트레킹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길만한 코스로 그다지 어렵지 않다. 등산로가 잘 닦여진 데다 곳곳에 멋진 설경이 이어져 지루할 겨를도 없다. 특히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느릿하게 올라도 2시간 30분 남짓이면 정상을 밟을 수 있어 반나절 발품으로 지리산의 눈꽃 세상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이정표
남원시 운봉읍 소재 '바래봉'(1167m)은 봄철 덕유산, 한라산 못지않은 국내 최고의 철쭉 명산으로 꼽히는 곳이다. 지리산에는 세석평전 등 유명 철쭉군락지가 있지만 산 꾼들은 바래봉의 것을 더 쳐준다. 특히 대다수 산철쭉이 분홍빛을 띠는 것과는 달리 바래봉 철쭉은 유독 붉은 기운이 강해 눈부심이 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봄철 최고의 철쭉 명산은 겨울이면 또 다른 천상의 화원으로 변신한다. 꽃과 잎을 떨궈낸 철쭉군락과 구상나무 등 침엽수에는 하얀 눈꽃이 피어올라 또 다른 순백의 매력을 발산한다. 이처럼 멋진 광경은 트레킹코스 동안 이어진다.


운지사
바래봉 눈꽃 산행은 운봉읍 용산리부터 시작된다. 축제장이 있는 마을을 벗어나 등산로를 따라 700m 남짓 오르면 솔숲 속의 작은 사찰 운지사가 나선다.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손바닥만한 크기의 절집은 겨울 풍광이 더 멋스럽다.


굴뚝
마침 요사채 굴뚝에서는 뿌연 연기가 탐스럽게 피어올랐다. 간만에 보는 정경이다.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니 잘 마른 솔잎이 '바싹' 소리를 내며 기세 좋게 타들어 가는 듯하다. 홍시보다 더 탐스러운 오렌지빛깔 불빛 사이로 꾸물꾸물 피어오르는 매캐한 연기 속에는 상큼한 솔 향도 담겨 있을 테다. 그 냄새는 고급 시가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그런 아련한 추억의 향기다.


바래봉 가는 길.
운지사에서 철쭉 샘까지 1km 남짓 코스는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가 이어진다. 마침 간밤에 함박눈이 소담스럽게 내려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의 촉감이 부드럽다. 주변 철쭉 밭은 만추의 하얀 목화밭처럼 변해 있다. 둥그런 철쭉 군락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꽃은 침엽수의 그것과는 또 다르다. 꽃이 진자리 잔가지 사이에 아이 주먹만 하게 동글동글 맺혀 있는 눈꽃은 앙증맞기 그지없다.

봄이면 붉은 철쭉이 펼쳐진 개활지는 설원으로 변신해 있다. 운봉읍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옛 면양목장(현 가축유전자시험장)이 읍전경과 어우러져 시원스런 풍광을 자아낸다. 하지만 목가적 풍광을 담아내는 가축유전자시험장은 관광산업 측면에서 보자면 운봉읍 사람들에게는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가축유전자시험장 탓에 아름다운 철쭉 군락 조성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이다. 노약자들도 쉽게 철쭉을 감상할 수 있던 바래봉 아랫녘 철쭉군락이 최근 몇 년 사이 다른 식물 군락에 의해 크게 잠식되고 있음에도 주민들은 이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처지라는 것이다. 철쭉군락지가 유전자시험장 안에 묶여 있어 외부인 출입금지, 손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트레킹 길에서 만난 지리산북부산악구조대 김상태 대장(50)은 "지금의 가축유전자시험장을 1970년대 초반 주민들에게 헐값(평당 10원)에 매입한 만큼 운봉의 관광명소화를 위해서라도 유전자시험장측에서 철쭉군락지 보호에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철쭉군락의 설화
봄부터 가을까지 청정약수를 토해내는 철쭉 샘도 눈을 흠뻑 뒤집어쓰고 있다. 이곳부터 정상까지 2km는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하지만 숲속의 설경을 카메라 앵글에 담고 다리쉼을 하는 동안 굽어보는 운봉 골의 전경에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가파른 곳은 나무계단이 설치돼 있어 오르는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겨울등산에 아이젠과 스틱은 필수다.

등산로 곳곳에서 발견되는 구상나무 군락은 스노몬스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멋진 자태를 뽐낸다. 늘씬한 낙엽송 군락 또한 한 폭의 펜화를 담아내는 듯 순백의 섬세한 자태가 멋스럽다.

바래봉 정상.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지만 사방에 펼쳐진 눈꽃 세상은 환상 그 자체다. 바래봉은 지리산 전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 포인트로도 통하는 곳이다. 동쪽의 천왕봉에서 서쪽의 노고단에 이르는 지리산 주능선 전체가 파노라마처럼 전개된다. 맑은 날 산 능성이 그리메를 좇다보면 멀리 덕유산 향적봉, 장수 팔공산 등 명산의 주봉들을 두루 섭렵할 수 있다. 봄이면 화사한 철쭉 군락이 이뤄낸 환상의 꽃밭은 산정의 하얀 눈꽃정원으로 변신해 한겨울의 또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여행메모

가는 길=대전 통영고속도로~함양~88고속도로 지리산 IC~운봉읍~바래봉/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완주-순천고속도로 북남원 IC~운봉~바래봉

미식거리=남원의 별미거리로 추어탕만 있는 게 아니다. 지리산 흑돼지도 이에 못지않다. 고랭지 선선한 기후에서 키워낸 토종돼지의 육질은 고소하면서도 탄력 있는 옛 풍미를 간직하고 있다. 운봉읍 소재 황산토종 정육식당이 맛집으로 통한다. 구이, 뼈다귀탕, 옛날식 순대로 끓인 순대국밥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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