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명예기자가 간다!]낮과 밤이 다른 '동네 놀이터'

최민우 기자

기사입력 2012-01-05 10:12


 우리 집 앞에는 작년에 새롭게 공사를 하면서 비교적 깨끗한 공중화장실과 예쁜 색상의 놀이기구, 운동기구들이 마련되어 있는 아담한 놀이터가 있다. 그래서 날씨 좋은 날에는 우리집 아이들을 비롯해 동네 아이들이 다같이 모여 모래놀이도 하고 분위기 좋은 정자 밑에서는 오손도손 동네 어르신들, 육아맘들, 젊은 남녀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도 나누곤 한다.

 그러나 해가 지기도 전인 중고등학생들의 하교시간, 직장인들의 퇴근시간쯤 되는 늦은 오후시간부터는 이런 아담하고 정겨운 놀이터가 조금은 험악하고 볼성 사나운 놀이터로 변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편하게 뛰고 놀아야 하는 놀이터임에도 불구하고 벤치에는 낮이고 밤이고 늘 사람들이 술을 마시며 앉아 있고 때로는 그 자리에 아예 누워 신문을 덮어쓴 채 잠을 곤드레 만드레 자고 있어 아이들에게 위협감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어린 청소년부터 나이 많은 어른들까지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는 진한 애정행각들을 서슴치 않아 지난 여름에는 시원하게 밤바람 쐬러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로 나가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그것뿐만이랴, 제일 안타까운 건 한창 성장기에 건전한 사회문화를 배워나가야 할 중, 고등학생들이 각종 욕들이 아니면 대화가 되지 않는 것처럼 쩌렁쩌렁 목소리가 울리도록 친구들간에 욕설을 퍼붓고 버릇없는 행동들로 어르신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도 모자라, 아이들이 이용하는 그네와 미끄럼틀에 앉아 술과 담배를 즐기고 높은 놀이기구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방해를 해 행여나 아이들이 눈에 익히고 배울까 싶어 도저히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없을 정도이다.

 나도 모르게 한 때는 중 고등부 교회학교 선생님이었기에 그런 청소년들을 볼 때마다 속상하고 화도 나서 최대한 온화한 인상으로 아이들을 다그쳤던 적도 있었다.

 국어사전에서도 놀이터를 '주로 아이들이 놀이를 하는 곳'이라고 정의하듯 가장 순수하고 건전하고 즐거워야 할 놀이터가 어느 때부턴가 아이들이 파트타임으로만 즐길 수 있는 놀이터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술로 담배로 더럽혀지고 아이들이 엉덩이를 대고 손을 대고 타는 놀이기구들이 청소년들, 어른들의 배려 없는 매너 없는 행동들로 안전사고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도 마음 한구석을 씁쓸하게 한다.

 무엇보다 가장 바라기는 지역 순찰대가 그냥 싸이렌 소리만 울리며 형식적으로 순찰을 도는 것이 아닌 조금만 더 신경을 써서 민감하게 순찰하여 동네 지킴이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고, 비단 우리 동네만의 문제만은 아닐 터 청소년들과 어르신들이 타인의 눈치를 보면서 건전하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 그리고 정말 순수하게 서민적인 모습으로 쉬고 이야기를 나눌 수 밖에 없는 그런 또 다른 색깔의 공개적인 쉼터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SC페이퍼진 명예주부기자 1기 양민아
 ◇아이들이 편하게 뛰고 놀아야 하는 놀이터가 늦은 오후부터 중-고등학생들의 욕설, 술취해 잠자는 사람, 젊은 남녀 애정행각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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