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이윤영(38) 과장은 늦깎이 '스마트족(族)'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 꼴로 신상 스마트기기를 찾는다. 스마트시대를 마음껏 즐기기 위해 스스로 정한 원칙이다. 사실 그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스마트맹'이었다.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않았다. "IT업계 종사자도 아닌데 알아서 뭘 해"라며 딴 세상 이야기로 여겼다고 한다. 그런 그가 변한 것은 세 살배기 딸아이 때문. 그는 "TV를 볼 때나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모니터에 손을 대고 옆으로 미는 시늉을 하는 아이를 보며 등골이 오싹했다"고 말했다. 말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아이의 작은 행동은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자체였다.
단순 통화수단이던 휴대폰은 스마트폰으로 바뀌며 손 안에서 모든 세상과 소통한다. 해외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확인 하고, 집 밖에서 집안의 가전제품을 끄거나 켤 수도 있다. 바보상자로 불리던 TV는 스마트TV로 바뀌며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매김 했다.
스마트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선 '스마트'의 뜻을 올바르게 이해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스마트가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어떤 제품이나 기술, 컨셉과 결합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유무선 통신 기술의 결합에 의해 만들어진 스마트기기가 스마트시대의 핵심기반이란 것이다.
사례는 있다. '스마트팜'의 등장이다. 스마트팜은 스마트기기를 사용해 작물재배에 필요한 온도와 습도, 햇볕 양을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집안에서 모든 조절이 가능하다. 스마트폰과 스마트TV, 스마트패드 등 이용기기도 다양하다. 스마트기기를 바탕으로 생활의 편리성을 높인 신기술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23일부터 스마트팜 서비스를 개통, 2012년부터 상용화 할 예정이다. 스마트워크는 또 어떤가. 직장인의 출퇴근 개념 자체를 무너뜨렸다. 각종 스마트기기들을 활용해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업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삼성SDS는 직원이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자신의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가전제품의 변화는 더욱 눈부시다. LG전자는 'CES 2011' 전시회에서 와이파이(Wi-Fi)와 지그비(ZigBee)를 통해 각 제품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팅큐' 스마트 가전 기술을 처음 선보였다. 이후 스마트 기능과 추천 요리 정보 제공 기능을 적용한 스마트 냉장고를 선보였다. 원거리 작동이 가능한 스마트 세탁기, 광파 오븐, 로봇청소기도 내놨다.
스마트기기로 건강관리도 'OK'
생활의 편리성을 높이는 스마트기기의 출현은 당분간 계속 될 전망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각종 산업이 덩달아 꿈틀댄다는 것이다. 전자와 IT는 기본. 건강과 교육업계엔 때 아닌 이상기류가 흐른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건강산업. 스마트3D TV의 등장은 실내 운동의 개념을 바꿔 놓았다. 3D TV만 있으면 골프, 스키, 요가와 같은 다양한 운동을 생동감 있게 즐길 수 있다. 전문 강사의 동영상을 3D로 변환해 이용할 경우 현장에서 직접 수업을 받는 듯 한 느낌도 받는다.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 최근 홈트니스(Home+Fitness)족이 증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Xbox는 360키넥트 전용 타이틀 '유어쉐이프'를 출시, 게임으로 다양한 피트니스 동작은 물론 섬세한 피드백 시스템을 제공해 몸매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닌텐도의 '위 핏 플러스(Wii Fit Plus)'도 몸매 관리나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위 핏 플러스'는 전 세계 2300만개 이상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한 '위 핏(Wii Fit)'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 교육산업은 태블릿PC와 스마트패드를 중심으로 이러닝 교육 시스템 만들기에 분주하다.
기술의 발전은 스마트시대를 만들고, 스마트기기와 관련 콘텐츠 사업은 산업 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다. 스마트에 대한 사용자의 요구사항도 다양해졌다. 이런 변화에 박자를 맞추지 못한다면 기업은 시장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 없는 서비스를 앞세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출시한 애플의 성공은 반면교사의 사례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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