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입시지옥을 거치고 대학생이 되면 좀 더 나은 세계가 펼쳐지리라 생각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은 게 인지상정이다.
사람의 인생은 한번 뿐이고, 공부란 것은 세상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수많은 것들 중의 하나일텐데 이것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열등감에 쌓여 우울하게 학창시절을 보내야 하는 걸까?
그것은 바로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는데 일종의 재능의 한 단편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에 따라 많은 것을 얻고 누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희망을 얻게 될 수 있다.
여기서 부모가 해주어야 할 일은 바로 자신의 자녀가 어떤 성향을 갖고 있고, 무엇에 관심이 지대한지 많이 파악하고 귀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학습에 있어 필요한 깊은 사고력과 논리력만이 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내 아이가 학교를 다니며 친구와 사귀며 슬프고 힘겨울수록 부모의 행복지수 또한 요원하다는 것인데 신기하게도 모든 아이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공부가 괴로울수록 다른 것에 짜릿한(?)재미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남녀가 사랑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한눈을 팔면 반드시 무시무시한 응징을 당하는 것처럼 공부 역시 잠시만 다른 곳에 눈을 돌려도 매몰차게 등을 돌리고 만다.
남사당의 외줄 타기도 아닌데 뭐 그렇게 안달복달 할 필요가 있냐 하겠지만, 중고생 아니 이제는 초등학생부터 수험생으로 치는 세상이다.
자녀가 공부에 열등생이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호언장담할 수 있는 이들이 과연 대한민국에 몇이나 되겠는가? 단지, 왜 그것이 힘들고 무엇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지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풀어주는 노력이라도 해본다면 지금처럼 부모 자녀간의 문제로 병원이나 상담센터를 드나드는 사람들로 북적이진 않을 것이다. '네가 힘들어 하는 것 다 안다. 그래도 난 너를 믿는다.'이런 글귀라도 적어 간식접시에 붙여 넣어주든지, 학원에서 먹는 도시락(혹은 간단한 밤참) 뚜껑에 하고 싶은 얘기를 삼행시로 적어 재미있게 셋팅을 해보자. 나름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부모는 자식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며 흐뭇하고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줄 때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실감한다고 한다. 십년, 이십년 뒤의 안락함 뒤에는 차마 헤아리지 못할 목표에 대한 헌신이 있다는 것을 깨우쳐주어라. 지금 흘린 땀방울이 얼마나 다른 결과를 빚어내는지… 대학 간판이 아니라 그 무엇이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 그것을 골똘히 연구하는 것이 부모의 몫이다.
SC페이퍼진 1기 주부명예기자 고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