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토크 콘서트 열풍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11-12-02 16:36 | 최종수정 2011-12-04 11:23


이제부터가 진짜다. 양방향 소통이 한국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토크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이 주최하는 토크 콘서트가 열리는 날이 머지않았다. 정치권에서 촉발된 '토크 콘서트'의 광풍은 글로벌 경쟁 대비하는 기업들에게 큰 울림이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터지는 폭발적인 반응들. 특히 시대를 이끌어 나갈 젊은층이 보이는 광적인(?) 무한 신뢰에 주목하고 있다. 토크 콘서트 문화를 어떻게 파고드느냐에 따라 '신성장동력 확보' '지속성장가능성 마련' 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도, 모두 놓칠 수도 있다. 토크 콘서트는 2012년 경제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기업은 경영전략 차원에서 접근을 시도 중이다.

#장면1

지난 11월 23일 저녁 건국대학교 새천년홀. 최근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콘서트 애정남의 말투에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열정이 없다고 해서 쇠고랑 차는 것 아닙니다잉. 꿈이 없다고 경찰 출동 안 해요. 하지만 이런 큰 꿈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야 우리 사회가 밝아지는 겁니다잉."

이돈주 삼성전자 부사장은 '열정락(樂)서' 토크 콘서트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이 부사장이 누군가. 국내 최고 기업 삼성, 그것도 갤럭시S 신드롬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공부를 못했던 과거 학생시절을 얘기했고, 꿈과 열정만 있으면 안되는 게 없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하면 취업을 잘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스펙이 아닌 긍정적인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답했다. 삼성의 스타 CEO가 보인 인간미 넘치는 충고다. 강연이 끝난 뒤 객석의 반응은 뜨거웠다. "브라보 이돈주, 브라보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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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4일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가 LIG 아트홀에 모습을 드러냈다. '3人토크 3色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청소년과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콘서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열풍은 이제 시작이다." 그러자 누군가 물었다. 이 대표가 SNS에서 13만명의 팔로어를 맺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이 대표의 대답이 걸작이다. "팁을 하나 주자면 내가 추구하는 바를 가진 사람과 친해진 것도 한 방법이다."

잘나가는 기업엔 특별한 게 있다


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기업의 CEO가 대중 앞에 나선다. 성공한 CEO가 아닌 인간 CEO, 인생의 선배로서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한다. 성공담 보다는 실패담을 먼저 꺼낸다. 중간 중간에 말을 끊는 질문에 진심을 다해 답한다. 강연이 아닌 토크 콘서트 형식을 빌어서다.

최근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는 기업이 늘었다. 삼성그룹을 시작으로 LIG, 현대차 등이 모두 나섰다. 대부분 일회성이 아닌 장기 프로젝트로 운영한다. 그만큼 보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연예인을 비롯해 스타급 CEO, 정치인 등의 섭외도 덩달아 수월해졌다. 기업 이미지가 좋아졌고, 젊은층의 전폭적인 지지는 SNS를 타고 세계로 뻗어나간다.

삼성그룹을 보면 이해가 쉽다. 삼성은 지난 10월부터 '열정락서'란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을 돌며 2일까지 총 10차례를 성황리에 마쳤다. 운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NHN 김상헌 CEO, 김난도 서울대 교수 등 스타급 CEO들이 강연을 했다. 인순이(가수), 이범수(배우), 오승환(야구선수) 등 연예인도 함께 나섰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게 있다. '열정락서'에 삼성이 전면에 나서는 일은 없다는 점이다. 지원 활동의 외부노출은 최대한 자제한다. 그러나 '열정락서'하면 삼성이 떠오른다. '열정락서'에 참석한 사람이면 저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SNS에 '삼성예찬론'을 펼친다. SNS를 타고 삼성의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는 국내외로 소개되고 있다. LIG의 3인3색 토크 콘서트도 비슷하다. 단발성 행사로 그쳤지만 당시 강연에 나섰던 이찬진 드림위즈대표, 김갑수(배우), 류승완(감독)의 토크콘서트는 조용한 반향을 일으켰다.

변형된 토크 콘서트 형식을 활용해 기업 이미지 제고에 나선 곳도 있다. 현대차는 '국가브랜드 토크 콘서트'를 통해 글로벌 기업 이미지 개선에 효과를 거뒀다. 국가브랜드위원회와 함께 주최, 지난 9· 10월 두 달간의 일정으로 내·외국인 120여명이 팀을 구성한 뒤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 한국의 멋과 맛을 발견하는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탐험대원들은 3박4일의 일정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탐방한 뒤 지역의 명인·음식·문화 등을 외국어 웹 콘텐츠로 제작해 블로그,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올렸다. 전 세계에 한국과 현대차를 자연스레 알리는 식이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국내 기업들과 함께 코리아브랜드 탐험대와 같은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국제경영원(IMI)이 24일 열린 '뉴웨이브 포럼'을 'CEO들의 지식나눔 토크 콘서트'형태로 진행했다. 토크 콘서트는 유명 CEO와 교수, 각 기업의 주요 인사들이 4개의 주제를 놓고 자유로운 대화를 주고받았고, 200명의 기업 CEO와 임원들이 청중으로 참여해 토론에 동참했다.

토크콘서트 열풍 왜?

기업들이 토크 콘서트 개최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청중의 반응이 좋다. 한번의 토크 콘서트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토크 콘서트를 찾는 청중은 사회에 대한 애정이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함께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 나간다는 심리적인 것만으로도 기업 이미지가 개선된다. 토크 콘서트를 자주 찾는 김형민(27 학생)씨는 "게스트들과 함께 소통하며 희로애락을 나눴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이미지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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