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살 김성훈은 '척수성 근육위축증후군'이라는 희소 병을 앓고 있는 베트남 태생 소년이다. 루게릭병보다 급속하게 진행되지는 않지만 근육에 힘이 없다보니 작년까지는 주몽학교를 다니다 휠체어에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올해부터는 어쩔 수 없이 일주일에 두 번 방문교사의 순회 교육을 받고 있다.
성훈이네 가족은 베트남 참전이라는 한국현대사의 아픔 속에서 잉태됐다. 외할머니와 부모님 모두가 베트남인으로 10년 전, 가족들은 성훈이의 병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외할아버지의 고향인 한국에 왔다. 그러나 정식 혼인관계가 아니었기에 작년 어렵사리 한국 국적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단다.
눈에 띄게 부쩍 야윈 성훈에게는 결코 놓칠 수 없는 꿈이 있다. 노래하고픈 간절한 꿈이 있기에 힘겨운 삶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었다. 변변한 음악 기기 하나 없는 자기 방에서 자신만의 악상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곡을 만들어 재작년 한 케이블 TV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해 예선을 통과하기도 했다.
작년 국민체육진흥공단 경주사업본부 직원들의 참여로 성훈의 활동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모 TV프로그램에 인디밴드와 함께 공연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때 뿐이라서 섭섭하기도 했다는 성훈이에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함께 하는 손길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
공단 경주사업본부 사랑나눔 봉사팀은 지난 7월 26일, 경기도 용인의 여름캠프에 성훈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특수차량과 재래시장상품권 등 100만원 상당의 지원과 자원봉사로 힘을 보탰다. 성훈이와 친구들은 13개 팀이 참여한 '도전, 슈퍼스타 D'라는 경연대회에서 당당히 최우수 성적으로 우승하여 자신의 꿈의 일단을 성취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성훈이는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용기를 잃지 마세요"라는 우승소감을 밝혀 동료들과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경주사업본부 한 관계자는 "성훈이가 갖고 있는 거위의 꿈이 활짝 나래를 펴고 날아오르는 순간까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응원하겠다."는 다짐을 잊지 않았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김성훈군(가운데)이 국민체육진흥공단 황용필 고객만족 실장(맨 오른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경주사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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