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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아닌 '약' 된 겁 없는 도전, 임성재 성공신화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20-03-03 06:01


임성재. AP연합뉴스,

임성재. AP연합뉴스,

임성재.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한국 남자골프의 주축으로 떠오른 임성재(22·CJ대한통운)의 오른손 새끼 손가락은 눈에 보일 정도로 굽어있다. 왼손 집게손가락과 중지 사이에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끼는 그립 형태. 여섯살 때부터 훈련벌레로 살아온 탓에 어느 순간부터 손가락이 펴지지 않는다. 다행히 그립 모양으로 손가락이 굳어져 딱히 불편하진 않다.

임성재는 훈장 같은 휘어진 새끼손가락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데뷔승을 신고했다. 2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챔피언 코스(파70·7125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혼다 클래식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3개를 묶어 4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6언더파 274타를 기록한 임성재는 선두 경쟁을 벌이던 매켄지 휴즈(캐나다)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최경주(8승) 양용은 배상문 김시우(이상 2승) 노승열 강성훈(이상 1승)에 이어 한국인 7번째로 PGA 투어 우승자 반열에 올랐다. 이전까지는 지난해 9월 샌더스 팜스 챔피언십 준우승이 임성재의 최고 성적. 자신의 50번째 PGA 투어 무대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걸음마를 떼자마자 플라스틱 골프채를 휘두르며 골프에 관심을 드러낸 임성재는 여섯 살때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평소 내성적이고 차분한 스타일이지만, 경기에 돌입하면 성격이 확 바뀐다. 초등학교 시절 주변 학부모들은 임성재를 '싸움닭'이라 불렀다.

체력은 타고났다. 임성재는 지난 시즌 35개 대회에 출전하며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그런데 체력 보강이나 부상 방지 프로그램을 받아본 적이 없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지 않고, 따로 챙겨먹는 보양식도 없다. 가끔 먹고 싶을 때 삼겹살을 먹는 정도. 몸을 회복시키는 건 라운드가 끝난 뒤 휴식이 전부다.

주니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임성재는 2014년부터 2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이후 고등학생 신분이던 2016년부터 프로로 전환했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그래도 겁없이 도전했다. 일본프로골프 무대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와 일본 투어를 병행한 임성재에게 우승은 높은 벽이었다. 투어 카드 유지가 급선무였다.

하지만 겁 없는 도전은 결과적으로 '약'이 됐다. 2018년 더 큰 무대인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PGA 2부인 웹닷컴(현재 콘페리)투어에서 소위 '대박'을 쳤다. 개막전 우승에 이어 두 번째 대회에서 준우승해 일찌감치 PGA 투어 진출을 예약했다. PGA 투어 진출까지 2~3년을 내다봤던 계획을 전면 재수정했다. 이후 마지막 대회에서도 우승한 임성재는 시즌 내내 상금랭킹 1위를 지키며 '와이어 투 와이어' 상금왕을 차지했다.

거침없었다. 2018~2019시즌 PGA 투어에 입성한 임성재는 한국 남자골프 선수 중 가장 어렸지만, 최고의 플레이를 펼쳤다. 35개 대회에 참가해 7차례 톱10을 기록, 아시아 선수 최초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한국 남자골프의 새 역사였다.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하고 신인왕을 차지했기에 아쉬움은 있었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투어 두 번째 시즌을 맞은 임성재에게 '2년차 징크스'는 남의 얘기였다. 12개 대회에 참가해 3차례 톱10, 그리고 첫 우승까지.

'안정' 대신 '도전'을 택했던 임성재가 더 무서운 건 철두철미한 대비다. 늘 자신감을 북돋우는 '골프 대디' 임지택씨(55)의 존재도 특별하다. 임성재는 그렇게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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