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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있어서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중요한 개념이다.
그런 면에서 골프도 인생을 참 많이 닮았다. 삶에서나 골프에서나 '실수'와 '실패'는 본질적이다. 피할 수 없다. 많이 힘들지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인생이고 그게 골프다.
현재적 삶을 통해 과거를 극복하고 다시 앞으로 나가야 한다. 실수나 실패를 부정하고 두려워 하면 할 수록 그 덫 안에 갇히고 만다. 과거의 회한과 미래의 공포에 빠져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미 저지른 과거의 실패를 곱씹어 후회하고,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실패가 두려워 전전긍긍한다. 그러다 보면 정작 집중해야 할 현재가 슬그머니 사라진다. 끊임 없이 과거와 미래에 담보를 잡혀 살게 된다. 어느 한 순간도 온전한 나의 소중한 '현재'는 없다.
천하의 타이거 우즈도 끊임 없이 실수를 한다. 하지만 그는 남들과 달리 자신이 일으킨 실수와 실패가 몰고오는 거센 바람을 뚫고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내딛은 발걸음이 위대한 골프의 역사가 됐다. 비결은 지금 이 순간, 현재 샷에의 집중이다. 굿샷에 격하게 환호하고, 미스샷에 격하게 클럽을 집어던지는 이유는 잊기 위해서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다음 플레이에 미칠 영향을 막으려는 루틴 같은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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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있는 짜릿한 드라마 같은 순간이었다. 사실 이번 대회 우승은 전미정에게 "믿어지지 않는" 결과였다. 대회가 열린 가오슝 신이골프클럽은 페어웨이가 넓고 전장이 긴(본선 6548야드) 골프장. 청야니나 김아림(24) 같은 장타자에게 유리한 전형적인 코스다.
하지만 전미정에게는 이들 장타자들에게 없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회복탄력성이었다.
12언더파로 김아림과 공동선두를 달리던 전미정은 전반 막판 큰 위기를 맞았다. 8번 홀 세컨샷 미스로 더블보기를 기록한 뒤 9번 홀에도 보기를 범해 순식간에 3타를 잃었다. 우승이 멀어지는 암담한 상황. 하지만 그 순간 전미정은 컵에 담긴 절반의 물을 보고 '아직 반이나 남았네'라는 생각을 했다. 놀라운 회복탄력성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아직 9개 홀이나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설령 우승을 못하더라도 즐겁고, 자신감 있게 치자는 마음가짐으로 후반에 임했더니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전미정은 후반 11,12번 홀에서 잇달아 버디를 잡아내며 11언더파로 다시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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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팅에 실패해 우승을 놓쳤던 과거를 생각했거나, 연장 승부를 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부정적 미래를 상상했다면 아마도 전미정의 챔피언 퍼팅은 실패로 돌아갔을 것이다. 드라이버도 길지 않고, 남들처럼 실수도 했던 전미정.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회복탄력성에 있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대만여자오픈 대회 사진제공=KLPGA/박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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