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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30)는 퍼팅의 달인이다.
반달형으로 시즌을 시작했던 그는 지난 3월 파운더스컵에서 블레이드(일자형) 퍼터로 바꿔 들고 나와 우승을 했다. 4월 LA오픈에서는 말렛형(반달형) 퍼터로 돌아갔다. 16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GC에서 개막한 두산매치플레이(5월) 대회에서는 블레이드 퍼터를 들고 나왔다. 2위와 5타 차 압도적 우승을 차지했던 파운더스컵의 성공 기운을 국내 무대 첫 우승으로 옮겨보고자 시도한 또 한번의 변화였다.
하지만 대회 첫날 퍼터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최혜용과 겨룬 18홀 라운드 내내 퍼팅 버디를 단 한번도 잡지 못했다. 이날 딱 한번 기록한 버디는 그린 밖에서 50도 웨지로 친 칩 인 버디였다. 매치플레이도 가까스로 역전승했다.
첫 날 변화에 적응을 마친 덕분인지 다음날인 17일 이어진 2라운드는 훨씬 나았다. 최유림과의 매치플레이에서 전후반 버디를 각각 2개씩 잡으며 퍼팅감을 끌어올렸다.
홀의 마무리 단계인 퍼팅의 중요성은 설명이 필요 없다. 퍼팅을 잘하는 선수든, 못하는 선수든 퍼팅은 우승을 좌우하는 최종 관문이다. LPGA 우승을 다투는 세계적 선수들의 만국 공통 고민이기도 하다. 올시즌 초 부진했던 박성현은 대회를 건너 뛰면서 퍼팅과 쇼트게임 연습에 매진한 끝에 텍사스 클래식에서 시즌 첫 승을 달성했다. 박성현에게 퍼팅은 여전한 숙제다. 현재 평균 퍼팅은 30.31로 99위다. 올시즌 아직 우승이 없는 렉시 톰슨(미국) 역시 퍼트가 고민이다. 18일(한국시간) 미국 버지니아에서 열리는 킹스밀챔피언십을 앞두고 "스트로크에 중점을 두고 하루 3-4시간 퍼팅 연습을 했다"고 밝혔을 정도. 톰슨의 평균 퍼팅은 30.37로 103위다.
장타와 공격적 플레이를 앞세운 이들 후배 골퍼들에 비해 박인비의 퍼팅은 훨씬 정교하다. 라운드 평균 29.29번의 퍼팅으로 19위 상위권이다. 하지만 '퍼팅달인' 박인비로선 만족할 수 없는 수치. 실제 1위인 인도 아디티 아속(28.23)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올시즌 여러차례 경쟁 하다 아깝게 놓친 우승도 미세한 퍼팅 차이였다.
그래서 박인비의 2% 퍼팅감 찾기는 계속된다. 여전히 그의 백에는 4개의 퍼터가 들어있다. 말렛형과 블레이드형이 각각 2개씩 들어있다. 그는 "어떤 것이 좋은지 가늠하기 어려워서 대회마다 1개 씩 테스트 해보고 있는데도 좋은 퍼터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험하고 필요하면 또 바꿔보는 반복의 여정. 최적의 퍼팅 스트로크라 느껴질 때까지 변화는 이어질 전망이다.
"아직 몇 번이나 더 (퍼터에)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만족할 때까지 퍼팅스타일을 찾아가야할 거 같아요."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