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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25)의 얼굴에 모처럼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LPGA 투어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박성현은 부담감을 털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남은 시즌을 치를 수 있게 됐다. 특히 지난해 데뷔 첫 승을 안긴 US여자오픈을 코 앞에 두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대회 우승이 박성현에게 선사한 3가지 긍정적 의미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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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 징크스'. 박성현에게는 예민한 단어였다. 이 얘기만 나오면 애써 외면했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맞지만 사실 괜히 만들어진 말은 또 아니다. 슈퍼루키에게 '2년차 징크스'는 필연적으로 넘어야 할 통과의례다. 비단 골프 뿐 아니라 멘탈이 지배하는 모든 종목이 마찬가지다. 이유는 간단하다. 더 잘하려는 의욕이 빚어내는 심리적 부담감이다. 데뷔 첫 해 모두를 놀라게 한 슈퍼루키들에 대한 이듬해 기대감은 당연히 더 높은 데서 출발한다. '적어도 작년 만큼은 하겠지'하는 외부 시선 만큼 의욕과 각오도 넘친다. 하지만 흔히 경험하듯 멘탈 게임인 골프에서 너무 잘하려는 마음은 독이 된다. 화려하게 부활한 왕년의 스타들이 이구동성으로 "골프를 잘 치려기 보다 즐기자고 마음 먹으니 우승이 따라오더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다. 시즌 첫 승이 늦어질 수록 초조감은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회 우승은 박성현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작년에 너무 잘했었기 때문에 올해도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고 그 때문에 초반에 잘 안되었던 것 같아요. 이전 대회들 결과들이 안 좋았었기 때문에 힘든 시간들이 있었는데 깨끗하게 잊혀졌어요. (이전까지) 매 경기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매 경기 잘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았죠. 그 희망이 이번 대회 제게 크게 다가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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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여자오픈 앞두고 우승이 찾아오다
"작년 보다 우승이 빨리 나와서 너무 좋고 너무 기뻐요."
이전 대회를 쉬어가며 컨디션 조절과 훈련에 몰두했던 박성현. 그에게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있었다. 이달말 열리는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이다. 지난해 LPGA 데뷔 첫 승을 안긴 무대. 이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박성현은 캐네디언 퍼시픽 위민스 오픈을 잇달아 제패하며 미국 무대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크게 알렸다.
올해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대회에 나선다. 최고의 몸 상태와 샷감으로 대회에 임하고 싶었을 터. 이번 텍사스 대회가 US오픈으로 가는 교두보 역할을 단단히 할 전망이다. 시즌 초 부진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는 박성현으로서는 'US오픈 전까지 정상 궤도를 회복하면 올시즌도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을 터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보다 빠른 우승'이 두배로 좋고, 두배로 기쁠 수 밖에 없다.
부담감을 훌훌 털어낸 박성현은 지난해 준우승을 한 볼빅 챔피언십(5월24일~27일·트래비스 포인트CC)와 첫 우승의 짜릿한 기억이 서린 US여자오픈(5월31일~6월3일·숄 크릭CC)에서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샷을 구사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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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시원한 장타를 펑펑 날리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남달라' 박성현. 시즌 초 그의 고민은 쇼트게임이었다. 이례적 부진의 원인은 바로 어프로치와 퍼팅에 있었다.
LA오픈 컷 탈락 후 메디힐 챔피언십을 건너뛰며 열흘여의 절치부심 시간을 가진 박성현은 쇼트게임 연습에 몰두했다. "지난 한 주는 엄마하고 일주일 내내 붙어 있으면서 연습을 많이 했어요. 샷 연습 시간은 많이 줄이고 칩 샷 그리고 퍼팅 시간을 많이 늘렸던게 도움이 됐어요."
변화도 필요했다. 퍼터를 바꿨고 어드레스 자세도 이전보다 낮췄다. "이전에는 일자형 퍼터를 쓰다가 이번 대회애서는 말렛형 퍼터를 썼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했다.
공을 들인 보람이 있었다. 돌아온 퍼팅 감각은 라운드 내내 안정적이었다. 라운드 당 퍼트수는 1라운드 24번, 2라운드 28번. 홀 당 평균 퍼팅 1.44번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프로치였다. 특히 4번 홀 칩 인 이글은 우승을 향한 길을 시원하게 터준 '오늘의 샷'이었다. "첫 홀을 보기로 시작하면서 조금 어려웠는데, (4번 홀에서) 칩인 이글이 나오면서 경기가 풀리기 시작했어요. 떨어지는 지점이 좋았지만 들어갈줄은 몰랐죠. 저도 놀라고 캐디도 놀랐어요." 우승을 확정지은 샷 역시 18번 홀 칩 인 버디였다. "그린을 지나친 세 번째 칩샷이 굉장히 어려웠거든요. 오르막에 핀을 지나면 내리막이어서 까다로웠죠. 58도 웨지로 칩샷을 했는데 긴장을 했지만 이번주 비슷한 상황에서 칩샷 연습을 많이해서 자신감이 있었고 치자마자 잘 쳤다는 것을 알았어요."
'드라이버는 칭찬할 수록 못치고, 퍼팅은 칭찬할 수록 잘친다'는 말이 있다. 퍼팅에 있어 자신감과 확신은 그만큼 중요하다. 변화와 노력을 통해 쇼트게임 자신감을 회복한 박성현. 이번 대회 우승만큼 시즌 농사를 가를 만한 반가운 소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