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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루키' 박성현(24)이 드디어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박성현은 데뷔 첫 해 주요 기록을 싹쓸이 할 기세다. 지난달 일찌감치 신인왕 수상을 확정한 데 이어 유일하게 상금 200만 달러(216만 달러)를 돌파하며 상금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애착을 가지고 있는 평균타수와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도 2위를 달리며 호시탐탐 1위 등극을 노리고 있다. 만일 박성현이 상금, 올해의 선수, 최저타수의 세 개 부문을 모두 싹쓸이 하면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 이후 39년만에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박성현은 "어리둥절하고,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쁨을 표현했다. 이어 "LPGA에 먼저 진출했던 선배들이 세계랭킹 1위를 할 때 부럽고 궁금했었는데, 막상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오르니 마음의 무게가 무거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8일 중국에서 개막하는 LPGA 투어 블루베이 LPGA에서 세계 1위 자격으로 대회에 출전해 다관왕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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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장타와 '닥공'이다. 다른 선수들의 세컨샷 지점을 훌쩍 넘어 디보트가 거의 없는 페어웨이에 안착한다. 어지간하면 안전한 그린 중앙이 아닌 핀을 향해 쏜다. 과거 완성되지 않았던 시절 장타와 닥공은 그를 종종 위험에 빠뜨렸다.
하지만 박성현은 돌아가지 않았다. "자기 골프를 해야 성적이 따라온다"고 굳게 믿었다. 장점 강화를 위해 끊임 없이 노력했고, 드라이버를 더 세게 쳤고, 더 과감하게 핀을 공략했다. 자신감이 붙으면서 이는 박성현 만의 어마어마한 무기가 됐다.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가 늘면서 짧은 아이언을 잡게 되자 그린 적중률이 덩달아 올라갔다. 2014년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가 257.66야드(16위)였을 당시 그린 적중률은 68.74%(38위)였지만 장타 1위에 오른 2015년과 2016년 그린 적중률은 76.98%(6위)와 79.72%(1위)로 동반 상승 했다.
독보적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단점 보완도 필요하지만 장점을 극대화 하는 게 답이다. 그래야 자신감이 충만해진다. 이 사실을 '월드 톱랭커' 박성현이 잘 보여주고 있다.
현재에 집중
전반에 베스트 스코어가 나오면 종종 후반 라운드에서 실망스러운 스코어에 그치는 경우가 있다. 욕심 때문이다. 프로 골퍼도 예외는 아니다. 욕심과 부담 속에 너무 잘 하려고 하면 오히려 슬럼프에 빠진다.
박성현의 골프 모토는 '지금 현재의 홀에 집중하기'다. 앞 뒤 홀을 잊고, 이전 대회와 다음 대회, 시즌 전체 목표도 망각한 채 오직 눈 앞의 현재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그는 "매 대회 마다 한홀 한홀에 집중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전체적인 결과를 따지면서 치는게 더 어렵더라. 결과는 제쳐두고 매 홀에만 집중하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념비적인 싹쓸이 타이틀이 걸려 있는 남은 두 대회에 대해서도 그는 "솔직히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부담이 많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한 홀 한 홀 집중해서 경기를 풀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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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해야 골프를 잘 친다'는 말이 있다. 이 말 속에는 코스 매니지먼트, 도전적인 새로운 코스에의 적응력 등 여러가지 함의가 들어있다.
박성현은 영리하다. 센스도 있다. 소속사 세마스포츠마케팅 홍미영 상무는 "박성현 프로를 가까이서 지켜보면 머리가 참 좋다는 걸 느낀다"고 말한다. 영리하고 센스가 있다보니 적응이 빠르다. 중계로 보면 포커페이스지만 박성현은 소통에 적극적이다. 언어 장벽에도 불구, 시즌 중 새로 영입한 캐디 데이비드 존스와의 소통에 큰 문제가 없다. 홍 상무는 "영어를 잘 이해한다. 듣는건 거의 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표현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보니 US오픈 당시와 현재 캐디와의 소통 정도는 천양지차"라며 혀를 내둘렀다.
LPGA로 막 진출한 한국 선수가 가장 어려워 하는 것이 바로 낯 선 환경과 언어 장벽이다. 영어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에 진출한 박성현에게도 응당 도전적 환경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한 소통 방식으로 장벽을 하나씩 극복해 나갔다. 그 끝에서 비로소 정상을 만났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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