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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홀. 1.5m 파 퍼팅이 남았다. 그린에 선 고진영(22·하이트진로)이 라인을 살폈다. 브레이크가 심한 훅 브레이크였다. 방심할 수 없는 어중간한 거리. 떨어뜨리면 우승이었다. '공이 퍼터 안쪽에 있는데 가운데 스위트 스팟에 맞히라'는 친구인 동료 최이진의 조언이 떠올랐다. 집중한 터치, 조심스레 그린 위를 구른 공은 홀컵을 살짝 돌더니 툭 떨어졌다.
승부는 파3 16번홀에서 갈렸다. 허윤경에게 턱밑 추격을 당하던 고진영의 티샷이 벙커에 빠졌다. 그린에 올렸으나 남은 거리는 4m. 이 애매한 거리의 파 퍼트를 고진영은 놓치지 않고 세이브에 성공했다. 경기 후 "벙커 상태가 안좋았는데, 어떻게넣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던 순간이었다. 반면, 15번 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으며 맹추격하던 허윤경은 이 16번 홀에서 통한의 보기로 희비가 엇갈렸다.
고진영은 박성현, 유소연 등이 출전중인 에비앙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위해 포기했다. 디펜딩 챔피언 다운 결정이었고, 그 선택은 우승으로 이어졌다. 그는 "고민은 1%도 안했다. 우승했던 대회였고, 또 우승하고픈 욕심이 났던 대회라 망설임 없이 나왔다"며 환하게 웃었다.
고진영의 우승으로 올 시즌 KLPGA 다승자는 김지현, 이정은(이상 3승), 김해림, 아마추어 최혜진, 오지현(이상 2승)까지 모두 6명으로 늘었다.
한편, 3라운드까지 1위를 달리며 시즌 첫 우승의 기대감을 높였던 이승현은 15번 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3위로 대회를 마감했고 박유나가 9언더파로 단독 4위를 기록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