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패 굴욕, 슈틸리케 매직의 완성은 한-일전이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5-08-04 08:09



출발은 통쾌, 상쾌, 유쾌했다.

'초호화 외인'이 없는 중국 축구 민낯은 초라했다. '거대한 자본'은 여전히 숙성되지 않았다. 공한증은 유효했다. 젊은피를 앞세운 슈틸리케호의 2대0으로 완승, 한국과 중국 축구의 거리였다.

하지만 아직 웃기는 이르다.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숙명의 라이벌전이 기다리고 있다. 운명의 한-일전이 5일 오후 7시20분(이한 한국시각) 중국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다. 슈틸리케호의 동아시안컵 두 번째 상대가 바로 일본이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중국과 1차전을 치른 후 비로소 목표를 공개했다. "북한과 일본의 후반전을 봤다. 그 경기를 보고 우리팀 경기를 본 결과 이번 대회에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한-일전은 물러서도 안 되고, 물러설 곳도 없다. 한-일전에서 마지막으로 승리한 것은 남아공월드컵 직전인 2010년 5월 24일이었다. 박지성과 박주영, '쌍포'가 터지면서 2대0으로 승리했다. 적지에서 일본의 응원단을 응시하고 질주하던 박지성의 '산책 세리머니'는 여전히 추억 속에 남아 있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최근에는 흐름이 바뀌었다. 악몽이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3연패의 늪에 빠져 있다. 한국은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2대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0-3으로 패했다. 2011년 8월 10일 친선경기는 '삿포로 참사'였다. 0대3으로 완패하며 쓸쓸하게 발길을 돌렸다. 2013년 안방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서도 1대2로 무릎을 꿇었다. 상대 전적에서 76전 40승22무14패로 앞서 있지만 최근에는 일본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슈틸리케 매직'이 그라운드에서 춤을 추고 있다. 과제는 남았다. 매직의 완성은 한-일전이다.

동아시안컵에서 한국과 일본은 나란히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했다. 팀의 근간이 유럽파지만 차출할 수 없는 환경은 동색이었다. 일본은 23명 전원을 국내파로 꾸렸다. 한국도 K리거가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23명 가운데 15명이 K리거, 5명이 J리거, 3명이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로 진용이 꾸려졌다.

현재의 분위기는 극과 극이다. 한국은 서전을 승리로 장식한 반면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1차전에서 북한에 1대2로 역전패했다. 분위기가 무겁다. 일본은 승부조작 혐의로 물러난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 후임으로 할릴호지치 감독을 선임했다. 한국 축구에는 악연이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알제리를 이끌고 한국에 2대4 참패를 안겼다.


그러나 일본에선 출발이 좋지 않다. 6월 16일 안방에서 열린 싱가포르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1차전에서 득점없이 비긴 데 이어 북한에도 주저앉으며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는 한-일전을 통해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한국전은 무조건 이기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여유가 생겼다. 처음에는 한-일전이 부담스러운 듯 했다. 그는 지난달 최종엔트리를 공개한 후 "축구는 과거의 일로 복수심을 가지고 경기 임하면 팀만의 철학을 잃게 된다"며 "한-일전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일본과 하든, 우루과이와 경기를 하든 우리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대표팀의 승률은 긍정적인 기록이 나오고 있다. 우리 것이 나오는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다행히 중국과의 1차전 후 자신감은 수직 상승했다. 일본도 문제가 없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축구는 상대성의 스포츠다. 체력 저하로 북한에 패했지만 일본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도 뛰어나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도, 놓아서도 안된다.

한-일전은 승리가 아니면 무의미하다. 슈틸리케호의 첫 한-일전, 과연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팬들은 '슈틸리케 매직'에 한껏 고무돼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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