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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똑똑했던 소녀는 공부에 더 관심이 많았다. 특히 수학을 좋아했다. 경시대회에 나가 대상, 본상 등 상이란 상은 다 휩쓸었다. 수학 재능자로 영재수업을 받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에 입문했다. 머리가 좋았던 소녀는 골프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전인지의 운명이 바뀐 건 초등학교 5학년때였다. 태권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 전종진씨(55)는 둘째딸을 골프 연습장에 데려갔다. 자식중에 한명은 운동을 시켜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아버지는 배고픈 스포츠가 아닌, 평생을 즐길 수 있는 골프를 딸에게 가르쳤다. 그러나 기대 이하였다. 생전 처음 보는 막대기(?)를 손에 쥔 어린 소녀는 볼을 맞히지도 못했다. 아버지는 포기하려고 했다.
그러나 전인지는 오기가 발동했다. 당시를 떠올린 전인지는 "주변 어른들의 스윙을 몰래 훔쳐보면서 5시간 넘게 쉬지 않고 쳤다. 손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몸을 가누기도 어려워지자 볼이 맞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모습을 본 아버지는 어린 딸을 골프 선수로 키워야겠다고 다짐했고, 힘겨운 여정이 시작됐다.
아버지의 노력에 전인지는 엘리트 코스를 모두 밟으며 대형 선수로 커나갔다. 중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이 됐고, 고등학교 1학년 때 국가대표가 됐다. 그리고 골프를 시작한 지 9년 만인 지난해 꿈에 그리던 프로 무대에 당당하게 진출했다.
집안 형편이 좋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전인지가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하면서 사업을 접었다. 어머니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뒷바라지를 했지만 다리를 심하게 다쳐 지금은 쉬고 있다.
소녀가장이나 다름없는 전인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씩씩하다. 꿈은 현실이 됐다. 언젠가 밟고 싶었던 미국 무대, 그것도 메이저대회인 US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전인지는 우승 인터뷰에서 "즐겁게 경기하려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아직 우승이 실감 나지 않는다"며 소감을 밝힌 뒤 "이번 대회 코스는 길었고, 러프도 길었다. 페어웨이를 놓치면 어렵게 플레이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대회 기간에 샷 감각이 좋았는데 샷 미스를 하지 않은 게 우승 원동력"이라고 했다.
처음 만난 캐디(딘 하든)와의 환상 궁합도 자랑했다. 전인지는 "(서)희경 언니의 캐디인데, 언니가 이번에 출전하지 않아 내가 캐디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한국 선수들의 스타일을 잘 아는 캐디인데 연습 라운드부터 즐겁게 했다. 많은 도움이 됐다. 브리티시오픈에서도 이 캐디와 호흡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전인지와 서희경은 같은 스폰서(하이트진로) 소속 선수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전인지는 LPGA 투어 자격을 획득했다. 원할 경우 당장 미국으로 건너갈 수 있다. 이에 전인지는 "부모님, 코치님과 상의해 보겠다. LPGA진출은 나의 꿈"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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