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아빠' 미켈슨, US오픈 6번째 준우승에 그쳤지만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6-17 14:36 | 최종수정 2013-06-17 14:37



"미켈슨, 미켈슨!"

필 미켈슨(43·미국)이 18번홀 그린으로 들어서자 갤러리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US오픈 첫 우승을 노리는 미켈슨이 30야드 웨지샷을 남겨둔 상황. 칩인 버디에 성공하면 연장전에 돌입할 수 있는 기회였다. '쇼트게임의 달인'인 그는 수 차례 그린을 오고간 끝에 세 번째 샷을 시도했다. 끝내 공은 홀을 외면했다. 반면 경기를 먼저 끝내놓고 TV 중계를 지켜보던 선두 저스틴 로즈(33·잉글랜드)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올해도 US오픈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41승에 메이저대회 통산 4승을 거둔 미켈슨을 외면했다. 미켈슨이 17일(한국시각) 끝난 US오픈에서 최종합계 3오버파 283타로 공동 2위에 머물렀다. 동시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US오픈 준우승 기록(5회)를 또 한 차례 경신했다.

마침 US오픈 최종라운드가 열린 16일(현지시각)은 미켈슨의 43번째 생일이자 '아버지의 날'이었다. 어느해보다 우승에 가까웠기에, 또 이날의 의미가 특별했기에 더욱 아쉬운 준우승이었다.

회심의 칩샷이 홀을 빗겨가자 실망한 갤러리들도 함께 침묵했다. 이토록 갤러리가 그의 우승을 바랐던 이유는 미켈슨의 가족에 대한 남다른 사랑 때문이다.

그는 대회 1라운드 당일 아침에서야 대회장에 도착했다. 1999년 US오픈대회가 끝난 다음날 태어난 큰 딸 어맨다(14)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필라델피아까지 3800㎞를 날아 가야 하는 일정이었지만 그는 고민없이 가족을 택했다. 이미 그의 가족 사랑은 널리 알려질 정도로 유명하다. 2009년에는 아내 에이미가 암진단을 받자 그 해 브리티시오픈 출전까지 포기하고 3개월간 아내 병간호에 집중했다. 1999년 US오픈 출전 당시에도 아내의 출산을 앞두고 대회 포기까지 검토했었다.

US오픈을 앞두고도 큰 딸을 위해 졸업식에 참석한 그의 우승을 갤러리들이 염원했던 것은 이런 가족 사랑이 기반이 됐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무르 익었다. 1라운드부터 줄곧 선두를 지켰던 미켈슨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노렸다. 10번홀(파4)에서 샷 이글로 선두에 오를때까지만 해도 첫 US오픈 우승컵이 그의 품에 안기는 듯 했다. 그러나 불안했던 티샷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으며 생애 첫 US오픈 우승 앞에서 또 다시 무릎을 꿇었다.

자신의 생일 선물이자, 아버지의 날 기념으로 가족에게 우승컵을 안기려 했던 미켈슨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대회를 마친 미켈슨은 "지금까지 출전한 US오픈 중에서 가장 우승과 가까웠던 대회였다. 이런 기회를 살리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가족 사랑은 다시 한번 미국 골프팬들에게 감동을 안겼고, 우승보다 값진 준우승으로 골프팬들에게 또 하나의 추억 거리를 선사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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