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룰?' 우즈 실격 논란에 마스터스 명성 흠집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4-14 13:57 | 최종수정 2013-04-14 14:19



'명인 열전' 마스터스 대회가 타이거 우즈(38·미국)의 특혜 시비로 명성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우즈는 13일(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2라운드 15번홀에서 '오소(誤所)플레이'를 펼쳤고 '스코어오기'로 실격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우즈는 실격 없이 3라운드에 임했고 생애 5번째 그린재킷을 향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특혜 시비는 2라운드 15번홀(파5)에서 발생했다. 87야드를 남기고 친 우즈의 세 번째 샷이 깃대를 맞고 그린 아래 워터 해저드에 빠졌다. 같은 지점에서 다시 샷을 시도해야 했던 우즈는 세 번째 샷을 친 지점 근처에서 5번째 샷을 시도해 핀 옆에 붙였고 보기로 마무리했다. 스코어카드에 15번홀을 보기로 표기한 우즈는 스코어카드를 그대로 경기위원회에 제출했다. 문제는 드롭 위치가 원래 공이 위치했던 지점보다 2야드 뒤에서 이뤄줬다는 시청자의 제보로 오소 플레이 논란이 일면서 시작됐다. 오소플레이(Play in wrong place)는 언플레이어블 상황에서 벌타를 받은 뒤 드롭 후 경기를 재개하는데 드롭위치가 잘못되면 벌칙을 받는 규정이다. 즉, '마지막으로 플레이한 지점에서 되도록 가까운 곳에서 플레이해야 한다'는 워터 해저드에 관한 규칙 26조1항을 우즈가 위반한 것이다.

당초 마스터스 경기위원회는 잇따른 증언에도 우즈의 오소플레이가 규칙 위반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곧 반전이 일어났다. 우즈가 경기 후 언론 인터뷰에서 "2야드 뒤에서 샷을 했다"고 말하는 바람에 오소 플레이가 다시 불거졌고 경기위는 3라운드가 열리기 전 회의를 통해 우즈에게 2벌타를 부과했다. 문제는 또 발생했다. 오소플레이가 인정되면서 우즈의 스코어카드도 오기로 처리되어야 했다. 그러나 경기위원회는 재량권을 인정한 33조7항(위원회는 예외적으로 개별적인 경우에 한해 그와 같은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경기 실격의 벌을 면제하거나 수정해 부과할 수 있다)에 의거해 우즈의 3라운드 출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땅히 실격 처리 되어야 하는 상황이 2벌타의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게 된 것이다.

스코어카드 오기는 분명 실격 처리 대상이다. 샷을 하기 전에 볼이 움직인 사실을 모르고 이를 카드에 기재하지 않은 선수가 구제된 적이 있지만 룰을 어기고도 출전 자격을 유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 흥행을 위해 우즈의 실격을 눈감아줬다는 '특혜 시비'가 바로 여기서 발생한 것이다.

주최측의 이같은 결정에 '타이거 룰'이라는 신조어의 탄생과 함께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일간지 USA 투데이는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한다면 더러운 승리로 기록될 것이다. 사람들은 앞으로 이 경기에 관해 영원히 얘기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63회 연속 마스터스를 취재하고 있는 댄 젠킨스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타이거는 더 큰 전설을 만들 기회를 놓다쳤. 만약 그가 우승한다면 마스터스 기록집에 별표를 달아햐 한다'고 밝혔다. 동료 선수들도 마스터스 경기위원회의 이해할 수 없는 처사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슈터어트 애플비(42·호주)는 "선수가 잘 모르고 룰을 위반해도 벌타만 받고 실격되지 않는 '타이거 룰'이 새로 만들어진 것 같다"며 비난에 날을 세웠다. 헌터 메이헌(31·미국)도 "이번 판정이 마음에 든다. 드롭을 잘못해도 심판이 신경도 안쓰니까"라고 꼬집었다. 반면 우즈는 "나는 규정을 준수했을 뿐이다. 오소 플레이를 했고 이에 따른 페널티를 받았다"고 항변했다.

골프 명인들의 열전인 마스터스가 우즈에게 관대한 판정을 내린 단 한 번의 결정으로 명성에 흠집을 남기게 됐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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