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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언니 된 전설' 박세리, '세리 키즈' 보고 있나?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2-09-23 19:00 | 최종수정 2012-09-24 09:15


박세리. 사진제공=KLPGA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프로무대를 평정한 그는 199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입회한 이후 신인왕과 상금왕을 휩쓸었다. 이후 199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도전을 선언한 이후 1998년 시즌 4승(메이저대회 2승 포함)을 거두며 LPGA 투어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1998년 LPGA 투어 신인왕도 그의 차지였다. LPGA 투어 데뷔 10년만인 2007년에는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며 '살아있는 전설' 대열에 합류했다. 2012년까지 LPGA 투어에서 거둔 승수는 '25'였다.

박세리(35·KDB금융). LPGA 무대를 휩쓸었던 그는 2008년부터 2년간 우승을 기록하지 못하며 하락세를 보이더니 어느덧 한국 여자골프의 '맏언니'라는 수식어가 더 익숙해진 평범한 선수가 됐다. 그러나 2012년 KLPGA 투어에서 '맏언니'의 위력을 마음껏 뽑냈다. 전성기 시절을 방불케 할 정도로 완벽한 퍼트감과 과감한 샷으로 자신을 보고 자란 '세리 키즈'에게 한 수 보여줬다.

박세리가 23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골프장(파72·6416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DB대우증권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버디를 9개나 쏟아내며 7타를 줄여 최종합계 16언더파 200타를 적어내 우승을 차지했다. 2위 허윤경(22·현대스위스)을 3타차로 따돌린 그는 2003년 KLPGA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9년만에 국내 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박세리가 국내 투어에서 따낸 승수는 14승(아마추어 우승 포함)으로 늘어났다. LPGA 투어까지 포함하면 통산 25번째 우승으로 2010년 5월 벨마이크로 클래식 이후 2년4개월만에 다시 우승과 인연을 맺었다.

이번 우승으로 갖가지 기록도 새롭게 쓰여졌다. 2000년대 들어 KLPGA 투어 정규대회에서 30대 선수가 우승한 것은 박세리가 처음이다. 또 박세리의 합계 성적(16언더파 200타)은 김하늘(24·비씨카드) 등 3명이 보유한 54홀 코스레코드(12언더파 204타)를 4타 줄인 새로운 기록이며 최소타 신기록(18언더파)에도 2타 모자란 빼어난 스코어였다. 여기에 자신의 후원사인 KDB주최 대회에서 우승컵을 따내 기쁨은 두 배가 됐다.

말 그대로 신들린 듯한 샷감각이었다. 호쾌한 드라이버샷과, 정확한 아이언샷, 정교한 퍼트까지 3박자가 완벽했다. 특히 대회 최종라운드에서는 3m 내외의 버디퍼팅을 잇따라 성공시켜 최고의 감각을 뽐냈다.

"미국에서 우승한 것과는 감회가 다르다. 훨씬 뿌듯하고 자랑스럽다"며 환한 미소를 보인 박세리는 "겨울 동계훈련을 아버지와 아주 재미있게 했다. 첫 스승이자 코치이고 나를 잘 아시는 분이다. 작은 것 하나하나 부터 기본기까지 잘 잡아주셔서 우승하는데 도움이 됐다"며 우승 원동력을 밝혔다. 이어 "지금 컨디션이면 너무 좋다. 남은 미국 대회들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며 잔여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세리 키즈'들도 '맏언니'의 우승에 환호했다. 박세리가 챔피언 퍼트를 하자, '세리 키즈'들이 축하 샴페인을 들고 18번홀 그린으로 몰려나왔다. 그러나 '맏언니'의 카리스마에 눌린 이들은 터트린 샴페인을 끝내 뿌리지 못했다. 머뭇거리는 후배들에게 박세리가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키즈'들은 감히 자신의 우상에게 샴페인을 뿌리지 못하고 '우승 세리머니'를 마무리했다. 대신 후배들은 스코어 카드 접수처로 가는 길에 도열해 '맏언니'의 우승을 박수로 축하해줬다. 박세리는 "미리 흔들어서 김이 다 빠졌는지 (샴페인을) 잘 뿌리지 못하더라. 술 냄새가 나지만 좋다"며 웃음으로 답했다.

한편, 박세리에 이어 2위를 차지한 허윤경은 다시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으며 3주 연속 준우승(13언더파 203타)을 차지했다. 최나연(25·SK텔레콤)은 11언더파 205타로 3위에 올랐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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