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캐디' 윌리엄스, 뭐가 달랐을까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2-04-27 12:03


유럽골프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 1라운드 경기가 26일 경기 이천 블랙스톤 CC에서 열렸다. 호주의 애덤 스콧이 1번홀 티샷을 하기 전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윌리엄스는 타이거 우즈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캐디로 유명하다.
이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아담 스콧(호주) 이안 폴터(잉글랜드) 대런 클락(북아일랜드)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 양용은(KB금융그룹) 배상문(캘러웨이) 김경태(신한금융) 등 세계 톱 랭커들이 대거 출전한 '별들의 전쟁' 발렌타인 챔피언십. 올해 이 대회에는 선수가 아닌 사람 중에 시선을 끄는 인물이 있다. 입국 당시부터 화제가 됐다. 선수보다 더 건장한 체격에 터프해보이는 인상의 캐디. 스콧의 가방을 메는 '킹 메이커' 스티브 윌리엄스(뉴질랜드)다.

윌리엄스는 지난해 7월까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곁을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던 캐디로 유명세를 탔다. 12년간 우즈의 가방을 책임지며 메이저대회 14승 중 13승을 포함해 통산 72승을 합작했다. 우즈가 세계 골프 황제로 올라서는데 일조한 숨은 공신, 즉 '킹 메이커'였다. 윌리엄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전혀 긴장하지 않고 문제를 풀어가는 능력이 뛰어난 캐디로 알려졌다. 우즈가 플레이할때 방해가 되는 갤러리와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충성을 다 바쳤다. 연간 100만달러(약 11억 3000만원)가 넘는 돈이 그에게 떨어진다.

그러나 2009년 우즈의 '불륜 스캔들'이 터진 이후 윌리엄스와 우즈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결별의 도화선에 불이 붙은 건 2011년 US오픈이었다. 당시 부상으로 불참을 결정한 우즈는 윌리엄스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당연히 우즈가 대회에 출전할 것으로 생각한 윌리엄스는 US오픈 대회장으로 향했고, 우연히 캐디가 없던 스콧의 가방을 들었다. 스콧은 우즈와 스윙코치 부치 하먼에게 동문수학했던 사이. 그러나 우즈는 하먼이 스콧을 가르치는게 늘 불만이었다. 스콧과 묘한 갈등관계를 이뤘다. 결국 스콧의 가방을 멨다는 이유로 우즈는 윌리엄스를 해고했다. 그는 이후 스콧의 전담 캐디가 됐다. 차갑게 버림 받은 윌리엄스는 지난해 월드골프챔피언십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스콧이 우승한 뒤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며 우즈에게 폭언을 퍼 부었다.


유럽골프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 1라운드 경기가 26일 경기 이천 블랙스톤 CC에서 열렸다. 배상문과 호주의 애덤 스콧이 18번홀 티샷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이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스콧과 환상의 하모니를 보인 윌리엄스는 이번 대회를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골프팬 사이에서 유명 인사인 그는 한국 갤러리의 관심도 한 몸에 받았다. 26일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장에서 열린 발렌타인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도 스콧은 매 홀마다 윌리엄스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퍼팅 라이를 읽고 클럽 선택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풀을 뜯어 바람의 방향을 확인했다. 여기까지는 여느 다른 캐디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캐디는 달라도 뭔가 달랐다. 1라운드에서 스콧과 동반 라운드를 한 배상문의 모친 시옥희씨가 증언했다. 시씨는 18홀 내내 배상문을 따라 다녔다. 아들을 주로 살펴봤지만 그도 세계적인 캐디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역시 유명한 캐디는 달랐다. 매 홀마다 종이에 무엇인가 열심히 적더라. 바람 체크는 물론 잔디 컨디션, 그린 주변에 핀 꽃까지 만져보면서 환경을 체크한다. 심지어 라운드를 돌며 동반 라운드를 하는 선수들의 샷 분석까지 하더라. 왜 우즈의 캐디를 그렇게 오래 했는지 알게 됐다."

윌리엄스는 20kg이 넘는 캐디백을 메고 페어웨이와 그린 위를 쉼 없이 뛰어다니며 굴곡이 심한 블랙스톤 페어웨이와 그린의 라이를 꼼꼼히 체크했다. 당일 경기는 물론 다음날 핀 위치가 조정되는 것에 대비한 모습이다. 처음 찾은 한국의 골프장도 베테랑인 그에게 큰 벽은 아니었다.

1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로 공동 7위에 오른 스콧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 코스는 경사 변화가 정말 심하다. 바람도 많이 불어 파악이 힘들다. 하지만 윌리엄스가 바람을 잘 파악하고 있어 큰 도움이 됐다"며 캐디에게 공을 돌렸다.

한편, '슈퍼루키' 배상문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일본인 캐디 야마네 아키라와와 결별할 예정이다. 올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개막전에 앞서 캐디를 교체할 예정이었지만 야마네가 마스터스 무대를 꼭 밟고 싶다는 소망을 밝혀 '실리' 대신 '우정'을 택했다. 발렌타인 챔피언십까지만 야마네와 함께하는 배상문은 미국으로 돌아가 스튜어트 애플비, 로버트 앨런비(이상 호주)의 가방을 멨던 베테랑 캐디와 당분간 호흡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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